시드니서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영화의 밤 행사 열려

'데일리 브레드'·'어폴로지'등 영화 2편 공개 상영

제7차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8월 14일)을 앞두고 10일(현지시간) 호주 시드니에서 영화의 밤 행사가 열려, 위안부 문제를 다룬 '데일리 브레드'(Daily Bread)와 '어폴로지'(The Apology) 등 2편의 영화가 상영됐다.
'데일리 브레드'는 네덜란드 출신 위안부 할머니 얀 루프 오헤른의 인도네시아 일본군 수용소 경험을 다룬 단편영화이다.

이 영화는 오헤른 할머니의 손녀 루비 챌린저가 감독과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됐다.

그는 이 영화를 통해 2차대전 당시 일본군 수용소에 감금된 네덜란드 여성들과 아이들이 학대와 굶주림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연대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영화 상영을 마치고 가진 대담에서 챌린저 감독은 "(일본의) 사과를 요구하며 싸우지만, 동시에 진정한 용서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면서 "이 영화가 증오의 영속화가 아니라 화해를 이루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의 길원옥, 필리핀의 아델, 중국의 차오 등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현재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어폴로지'도 상영됐다.

중국계 캐나다인 티파니 슝이 감독한 이 영화에는 그가 2009년부터 한국, 중국, 필리핀과 일본을 오가며 만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한과 소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영화 속 할머니들은 90세 늙은 몸을 이끌고 '위안부가 죄가 아니다','내가 죄가 아니다'를 외치며 일본의 사죄를 요구하고 있다.

길원옥 할머니가 "다시 태어나면 귀한 딸로 태어나서 귀한 집에 시집가서 내 가정을 만들어보면 좋겠어"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눈물짓는 관객들도 여럿 있었다.
영화 상영 중간에 사라 워톤 학생이 첼로 연주를 통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아픔에 공감을 표하는 시간도 가졌다. 첼로를 연주한 딸과 함께 참석한 케빈 워톤 씨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딸 셋을 둔 아버지로서 가슴을 찢는 듯한 끔찍한 비극"이라면서 "이런 아픔은 국적을 떠나 누구나 공감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 유학생 송아름 씨는 "챌린저 감독의 '데일리 브레드'를 보면서 위안부가 한국만이 아니라 세계인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외국인들이 더 관심을 보이는 것 같아 솔직히 반성이 된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시드니 평화의 소녀상 실천 추진위원회' 염종영(57) 대표는 "진정한 화해와 용서를 위해서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 대한 일본의 사죄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는 시드니 총영사와 한인회장을 포함한 한인 동포들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관심이 있는 호주 현지인 등 120여명이 참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