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회계가 기업과 경제를 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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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바 논란'은 IFRS 모순 탓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의 분식회계 의혹이 끝없이 제기되고 있다. 삼바의 생존을 위협하는 분식회계 혐의 논란과 관련해 간과한 점이 있다. 복제약 개발 성공이라는 호재가 투자자에게 자본잠식이라는 악재로 인식하게 하는 국제회계기준(IFRS)에 모순이 있다는 점이다.
경제 위해 합리적 마무리를
이종천 < 숭실대 명예교수, 前 한국회계학회장 >
복제약 개발 성공은 바이오회사의 염원이다. 이로 인한 기업가치 증가는 모든 투자자가 고대하는 최고 호재다. 삼바의 경우는 달랐다. 삼바의 기업가치 증가로 합작 파트너인 미국 바이오젠에 주식으로 줄 콜옵션 부채가 증가해 회계적으로는 자본잠식이라는 악재가 된 것이다.회계는 기업의 실질을 알리는 수단이다. 원론적으로 회계는 삼바에 좋은 소식인 복제약 개발을 투자자가 좋은 소식으로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 호재를 악재로 왜곡 표시하는 회계처리 방법이 오히려 분식회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 IFRS에 따르면 콜옵션을 부채로 계상해 자본잠식으로 표기하는 것이 정상적인 회계처리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기업의 실질을 제대로 표시하는 회계처리가 분식회계가 되는 모순적 상황은 IFRS의 맹점에서 나온다. 삼바는 복제약 개발에 의한 기업가치 증가분 3조6000억원의 절반인 1조8000억원을 콜옵션 부채로 계상해야 하지만 3조6000억원을 자산으로 인식할 수는 없어 자본잠식이 발생한다. 즉, IFRS는 부채의 원천인 자산가치는 표시하지 않고 여기에서 파생된 부채만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삼바 분식회계의 원죄는 결과인 부채만 인식하고 원인인 자산을 인식하지 않는 회계기준이다.
삼바 분식회계의 핵심 쟁점은 기업가치를 과대 계상하기 위해 콜옵션 부채를 인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콜옵션 부채는 삼바가 바이오젠에 주식을 이전할 의무다. 이 의무는 실제 재화의 이전이 없고 주주 지분율의 변동에만 영향을 주기 때문에 본질적인 기업가치와 무관하다. 삼바가 기업가치를 과대 계상하기 위해 분식회계를 했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다.삼바가 자본잠식을 회피하기 위해 콜옵션 부채를 계상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잘못됐다. 콜옵션 부채는 재화가 이전돼야 하는 일반적인 부채(차입금)가 아니며, 오히려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면 주식 매입대금이 삼바에 유입돼 삼바의 재무건전성이 좋아진다. 콜옵션 부채의 증가는 기업 생존을 위협하는 자본잠식과 무관하다. 콜옵션 부채를 기록하면 장부상 부채가 증가해 자본잠식이 될 수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장부상으로만 자본잠식일 뿐이며 차입금 증가로 인한 일반적인 자본잠식과는 성격이 다르다.
분식회계 논란이 계속 확대되면서 회계가 기업과 경제를 흔드는 양상까지 보인다. 이제는 회계가 기업과 경제에 기여하는 역할을 하도록 삼바 분식회계 논란을 합리적으로 마무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