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펀드 활성화…'10%룰' 없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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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곽 드러나는 자산운용 혁신안금융당국과 자산운용업계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위기에 처한 공모펀드를 살리기 위한 방안 마련에 본격 착수했다. 펀드 내 특정 종목 비중을 10% 이하로 제한한 ‘10%룰’ 등 공모펀드에 불리한 규제를 철폐하는 방안이 우선 검토되고 있다. 펀드 판매사와 투자자 간 이해상충 문제 해결을 위해 판매사 보상체계를 수익률 위주로 개편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사모펀드 투자 비중 확대 검토
판매사에도 성과 보수 도입
이달 말 개편안 발표 예정
사모펀드로 ‘기울어진 운동장’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르면 이달 중 ‘자산운용시장 혁신방안’(가칭)을 내놓기로 하고 업계와 세부 안건을 논의 중이다.
앞서 금융투자협회는 지난달 자산운용사 사장단을 소집해 혁신 방안에 포함될 주요 안건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한 당국 관계자는 “국민의 재산 증식을 위해선 공모펀드 활성화를 골자로 한 자산운용시장 혁신이 필요하다는 데 업계와 당국 모두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며 “협의가 마무리되는 대로 의제별 세부 과제와 법령 개정 사항 등을 순차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그동안 업계에서는 2015년 사모펀드 규제 완화 이후 자산운용시장의 무게추가 사모펀드 쪽으로 기울면서 공모펀드가 고사 위기에 처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5년 말 기준 공모펀드와 사모펀드 수탁액은 각각 221조원과 200조원으로 공모펀드가 근소하게 앞섰다. 하지만 지난해 말에는 사모펀드 수탁액이 333조원에 이른 반면 공모펀드는 218조원에 그치며 완전히 역전됐다. 사모펀드가 규제 완화를 기회로 몸집을 크게 불린 사이 공모펀드는 침체에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운용이 비교적 자유로운 사모펀드와 달리 공모펀드의 경우 촘촘하게 짜인 ‘깨알 규제’가 수익률 제고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투자 상품으로서의 매력이 떨어지다 보니 투자자 발길이 자연스레 사모펀드로 향하게 됐다는 얘기다.
정부와 업계가 내놓을 자산운용시장 혁신 방안은 이런 문제 의식을 바탕으로 공모펀드의 매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10%룰 완화다. 자본시장법 81조는 개별 펀드 내 특정 종목 비중이 전체 자산의 10%를 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하지만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종목인 삼성전자의 유가증권시장 내 시가총액 비중이 이미 20%를 넘어선 상황에서 10%룰을 고집하는 것은 공모펀드의 운용 자율성을 제약할 뿐만 아니라 시대착오적이란 비판이 나온다.
공모펀드 내 사모펀드 편입 비중 한도를 늘리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준서 동국대 교수(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비상임위원)는 “공모펀드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사모펀드 편입 비중 상한선을 기존 5%에서 20~30%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판매사에도 성과보수 지급공모펀드의 투자 상품 매력을 높이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자산운용시장 전반의 신뢰 회복이다. 한 운용사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수년간 은행이나 증권사에서 주로 추천한 펀드 수익률이 대부분 시장 평균을 밑돌아 투자자들의 공모펀드 불신이 더욱 심해졌다”고 토로했다.
업계에서는 펀드 판매 관련 수수료와 운용 성과 간 연계가 부족해 판매사와 투자자 간 이해상충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판매사들이 받는 수수료는 크게 고객 납입금액에서 일정 비율을 떼는 판매수수료와 운용사가 지급하는 판매보수료 등으로 나뉜다.
이에 금융당국은 판매사 직원보상체계(KPI)를 고객 수익률 중심으로 개편하고, 판매사에도 성과보수를 도입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2017년 비슷한 취지로 도입한 성과보수펀드가 업계와 투자자 외면 속에 큰 성과를 내지 못한 점을 고려하면 이번에도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이 밖에 자문채널을 적극 육성해 펀드 투자 문화를 투자자 중심의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로 확장시키는 방안, 펀드 관련 공시제도를 투자자 친화적으로 개편하는 방안 등도 논의되고 있다.
오형주/이호기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