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나무 - 유용주(1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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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2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물방울만큼 단단한 뼈를 보았는가
햇살만큼 물렁한 활을 보았는가천년, 바람이 경작하는 활시위를
당겨 보았는가
억년, 우주의 음악 소리에
관통당한 적 있었는가
시집 《어머이도 저렇게 울었을 것이다》 (걷는사람) 中한동안 빗줄기가 쏟아지더니 이제는 제법 햇살이 기승을 부립니다. 살랑거리는 나뭇잎으로 떨어지는 물방울은 어찌나 단단한 뼈 같던지, 내리쬐는 햇살마저 물렁하게 느껴지는 것은 장마 때 한껏 머금은 물방울 덕분이 아닐까요? 깊이 공감할 때 흔히 ‘피부로 느껴진다’고 말하듯이 감각은 몸의 느낌만이 아니라 마음의 일이기도 하군요. 나무 사이를 비껴가는 바람은, 나무가 당겼다 놓은 보이지 않는 활시위 같습니다. 어쩌면 나무는 한 세기에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이 모든 자연의 세월을 피부에 새기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주변의 나무들을 좀 둘러보세요. 나무에 새겨진 우주의 음악 소리에 귀를 기울여도 좋겠습니다.
이서하 < 시인 (2016 한경 신춘문예 당선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