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날 일했지만 마음은 뿌듯"…휴가 중 소방관이 화재 진압

구리·종로 소방관 2명 워터파크서 피서 중 화재 진압 도와
경기 구리소방서 교문 119안전센터장을 맡고 있는 신강래(51) 소방경은 11일 가족과 함께 강원 홍천군 오션월드로 피서를 떠났다.유수풀에서 막내아들과 함께 물놀이를 하던 신 소방경은 담장 너머로 높이 솟구치는 연기를 발견했다.

그는 콘도 쪽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보는 순간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대형화재다'라고 직감한 뒤 울타리를 뛰어넘어 급히 현장으로 달려갔다.

다행히도 불은 콘도가 아니라 야외 주차장에서 났지만 1t 트럭이 절반가량 불타고 있었다.워터파크 직원들이 경계선을 쳐 시민 접근을 막고 소화기 8대를 동원해 진화하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마침 홍천소방서 펌프차가 도착했고, 신 소방경은 자신이 소방관임을 밝힌 뒤 함께 소방호스를 잡았다.

신 소방경이 함께 돕지 않았다면 호스 1개로 초기 진화작업을 벌일 상황이었지만, 그가 합세해 진화에 속도가 붙었다.이어 서울 종로소방서의 한 소방관도 물놀이 중 화재를 발견하고 함께 불을 끄기 시작했다.
여러 펌프차가 뒤이어 현장에 도착했고, 불은 차량 1t 트럭과 아우디 A7을 전소시키는 등 차량 4대를 태운 뒤 20여분 만에 잡혔다.

이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자칫 초기 진화가 더뎌져 더 큰불로 번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신 소방경은 불이 모두 꺼진 것을 확인한 뒤 가슴 졸이고 있을 가족들에게 돌아갔다.

그는 "여름 휴가는 멀리 날아갔어도 마음만을 뿌듯하다"며 "소방관이라면 누구라도 현장으로 뛰어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워터파크에서 소방관들을 위한 행사를 연 것이 결국 시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오션월드는 소방관에게는 무료입장을, 동행한 가족들에게는 50% 할인을 제공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다.한편 소방 당국과 경찰은 이번 화재가 1t 트럭에서 시작한 것으로 보고 합동 재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