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美당국, 러시아 신형 핵추진미사일 시험중 폭발 의심"

푸틴이 '지구 어디든 도달' 자부한 미사일…소형원자로 고장 또는 폭발 가능성
"사고 사망자 5명은 러 중부 도시 '전러시아 실험 물리연구소' 소속 직원들"
미국 정보당국은 최근 러시아 북부 해군훈련장에서 발생한 미사일 엔진 폭발 사고가 신형 열핵추진 순항미사일 시험 중 일어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고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2일 보도했다.보도에 따르면 미 정보당국은 이번 사고가 9M730 부레베스트닉(나토명 SSC-X-9 스카이폴)이란 이름의 열핵추진 대륙간 순항 미사일의 시제품과 관련돼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미사일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3월 국정연설에서 "지구 어디든지 도달할 수 있다"고 자부한 신형 무기다.

소형원자로를 탑재해 사실상 무제한의 사정거리를 지닐 것으로 알려졌다.NYT는 대체로 예측 가능한 경로를 따라 비행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우주에서 요격하도록 설계된 기존 미사일 방어 체계로는 격추가 사실상 불가능한 무기라고 전했다.

미 정보당국은 부레베스트닉에 탑재된 소형 원자로가 고장을 일으켰거나 폭발했을 가능성을 분석하고 있다.

특히, 미 당국은 요격이 불가능한 새로운 미사일과 어뢰 등을 개발하겠다는 푸틴 대통령의 '원대한 구상'이 이번 사고로 좌절될 것인지에 촉각을 세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러시아 북부 아르한겔스크주 세베로드빈스크시 인근 해상 군사훈련장(해상 플랫폼)에선 지난 8일 액체추진 로켓 엔진 시험 도중 폭발 사고가 발생해 관계자 5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러시아 국방부는 "대기 중으로 유출된 유해 화학물질은 없으며, 방사능 수준은 정상"이라고 발표했지만, 사고 직후 세베로드빈스크에선 한때 방사능 수준이 평상시의 200배 가까이 급증하는 현상이 나타나 의문을 자아냈다.

미국 인공위성 이미지업체 플래닛랩스가 공개한 뇨녹스크 지역의 사고 당일 위성사진에는 핵연료와 폐기물을 운반하는 특수목적선의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러시아 정부는 자세한 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사망자들이 소속된 원자력공사 '로스아톰' 산하 러시아연방원자력센터 관계자는 10일 언론 인터뷰에서 "핵분열 물질을 활용한 소규모 에너지원"을 연구하던 중 사고가 났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 프로그램 소장은 이번 사고가 "핵추진 순항미사일 실험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유사 사고 사례들에 비춰볼 때 러시아 측이 원자로에 시동을 걸고, 추진력을 얻는데 충분한 열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얻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고는 미국과 러시아가 지난 30여년간 중단했던 핵 군비 경쟁이 재개되려는 위기일발의 순간에 일어났다고 NYT는 지적했다.

미국은 지난 2일 러시아(구소련)와 1987년 체결했던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에서 공식 탈퇴했다.

이 조약은 지상에서 발사하는 중·단거리 탄도·순항 미사일을 제한해 냉전을 해체한 역사적 계기가 된 것은 물론, 이후에도 미·러 간의 핵개발 경쟁을 막는 안전핀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됐다.

INF뿐 아니라 양국 간의 또 다른 군축 합의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 스타트·New START)도 2021년 만료 후 갱신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연례 국정연설에서 핵추진 엔진을 장착한 초장거리 어뢰와 함께 부레베스트닉을 공개했다.

이는 강력한 전략무기를 보유함으로써 구소련 시절 강대국의 면모를 되찾으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여겨진다.

한편 로스아톰 사장 알렉세이 리하초프는 이날 사고 사망자 영결식에서 모스크바 인근 니제고로드주 사로프시에 있는 '전러시아 실험물리 연구소' 소속 직원들이 '새로운 특수제품' 시험 과정에서 숨졌다고 밝혔다.

러시아 군수산업계에선 무기나 군사장비 시제품을 '특수제품'이라고 부른다.

리하초프는 "그들은 마지막까지 자신의 의무에 충실했고 진정한 영웅으로 떠났다"면서 "새로운 무기 개발을 계속해 반드시 마무리하는 것이 그들을 가장 잘 추모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숨진 직원들에게는 국가 훈장이 추서됐다고 크렘린궁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