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번째 대회서 다시 우승 허미정 "이제 링크스 코스가 좋아요"(종합)

"결혼 후 남편과 함께 처음 우승해 더 기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5년마다 1승씩 따낸 허미정(30)이 "링크스 코스를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는데 이제 우승했으니 좋아질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허미정은 11일(현지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노스 베리크에서 끝난 LPGA 투어 스코틀랜드오픈(총상금 150만달러)에서 최종 합계 20언더파 264타로 4타 차 우승을 차지했다.

신인이던 2009년 세이프웨이 클래식과 2014년 요코하마 타이어 클래식에 이은 개인 3승째다.

2014년 요코하마 타이어 클래식 이후 113번째 대회에 출전해 다시 정상을 맛본 허미정은 "너무 오랜만에 우승"이라며 "남편도 같이 와 있어서 기쁨이 두 배"라고 즐거워했다. 2018년 1월 결혼한 허미정은 공교롭게도 결혼한 시즌에 부진했다.

19개 대회에 나와 7번 컷 탈락했고, 최고 성적이 마이어 클래식 공동 21위여서 20위 안에 한 번도 들지 못했다.

올해 초 허미정은 KIA 클래식 3라운드에서 버디 10개를 몰아치며 10언더파 62타를 기록한 뒤 인터뷰에서 "지난 시즌 결혼 준비로 연습량이 충분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좋은 가정을 꾸리고 최근 스윙에 자신감이 생겨 이번 시즌 좋은 성적이 나는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허미정은 우승을 확정한 뒤 현지 중계 인터뷰에서 "첫 버디가 9번 홀에서 나왔고 이어 12번 홀까지 4연속 버디가 나왔는데 거기서 자신감이 생겼다"며 "비가 내리는 날씨여서 힘들었지만 스코틀랜드 출신 캐디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링크스 코스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이제 좋아하게 될 것 같다"며 바닷가에 인접해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 링크스 코스가 많은 '골프의 본고장' 스코틀랜드에서 챔피언이 된 남다른 기분도 표현했다.

허미정은 "마지막 라운드에 챔피언조에 들어간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며 "최대한 경기를 즐기자는 생각으로 했는데 매 샷 집중하면서 친 것이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키 176㎝의 장신인 허미정은 주니어 시절 국가대표 상비군을 지냈고 2006년 국가대표에 발탁된 뒤 2007년 프로로 전향했다.

2008년부터 미국으로 진출, 2부 투어인 시메트라 투어 상금 4위 자격으로 2009년 LPGA 투어에 데뷔한 선수다.

큰 키지만 장타보다는 퍼트에 더 강점이 있는 편이다.

지난해 라운드 당 평균 퍼트 수 28.63개로 투어 1위, 올해도 같은 부문 29.33개로 7위에 올라 있다.

4라운드에서는 페어웨이 적중률 100%(13/13), 퍼트 수 28개, 그린 적중률 83.3%(15/18) 등 전체적인 샷 감각이 호조를 보였다.

그는 "올해 초에 시아버지가 우승하면 집을 사주시겠다고 하셨는데, 아버님 말씀 덕분에 우승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다"고 우승 원동력을 살짝 공개하기도 했다. 허미정은 "이번 우승으로 자신감을 더 얻어서 남은 경기에도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며 "내일 텍사스로 돌아가는데 두 살 조카와 1주일 동안 열심히 놀고, 연습도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