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무는 반이민 테러…뉴질랜드 테러 모방범죄에 지구촌 긴장

노르웨이 이슬람사원 총격범, 온라인서 뉴질랜드 테러범 칭송
"인종 증오에 기반한 극단주의적 공격 동조자 증가 추세"

지난 3월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이슬람사원에서 벌어진 총격 테러를 본뜬 사건들이 세계 곳곳에서 꼬리를 물면서 반(反)이민 테러에 대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12일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틀 전 북유럽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 인근의 한 이슬람 사원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의 용의자는 지난 3월 뉴질랜드 이슬람사원 테러범에게서 영감을 받아 범행을 저지른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가디언은 지난 10일 오슬로 근교 도시 베룸의 이슬람 센터에 무장 난입했다가 한 신도에게 제압돼 체포된 용의자 필립 만스하우스(21)가 공격 전 온라인에 올린 게시물에서 자신을 "성인 브렌턴 태런트의 선택을 받은 이"로 소개했다고 보도했다.

호주 출신의 태런트는 지난 3월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이슬람 사원 두 곳에서 난사해 51명을 숨지게 한 백인우월주의자다. 노르웨이 국적 백인 청년으로 알려진 만스하우스는 또 게시물에서 "내 차례가 왔다.

우리는 이런 현상이 이어지게 놔둘 수는 없다.

실제 삶에서 '인종 전쟁'(race war)의 위협을 몰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만스하우스는 또 태런트를 이슬람 문제를 해결한 사람이라고 칭찬하고, 22명의 목숨을 앗아간 지난 3일 엘패소 쇼핑몰 테러범에 대해서는 "국토를 수복하기 위해 싸웠다"고 평가했다.

마치 뉴질랜드 테러범 태런트를 '롤 모델'로 삼은 듯한 만스하우스의 성명은 지난 3일 미국 텍사스주 엘패소 쇼핑몰 총기 난사범의 게시물과 유사하다.

당시 22명을 숨지게 한 총격범은 범행 전 온라인 게시물을 통해 뉴질랜드 테러범에게 찬사를 보냈고, 유럽인의 후손이 다른 인종에 압도당하고 있다는 내용의 백인 우월주의 음모론인 '대전환'(The Great Replacement)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 음모론은 뉴질랜드 테러범 태런트가 범행 전에 공개했던 성명에서 언급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뉴질랜드 테러범 태런트는 최근 세계 곳곳에서 꼬리를 무는 반(反)이민 테러의 '롤 모델'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일련의 모방 범죄를 인종 간 증오에 기반한 극단주의적 공격에 동조하는 세력의 전 세계적 확산으로 보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런던 킹스칼리지의 안보학 전문가인 피터 뉴만 교수는 "이런 사건들은 이제 일회성이 아니며, 느슨하게 조율된 극우 세력의 연쇄적인 공격"이라며 "이들은 서로에게 영감을 불어넣고, 더 많은 사상자를 내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들의 근본적인 동기는 '인종 전쟁'이며, 이들의 목표는 공격을 수행하고, 책임을 주장하고, 자신들의 행동을 설명한 뒤 타인들에게 자신들을 뒤따르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용의자들이 범행 동기와 인종 혐오 메시지를 담은 게시물을 올리는 인터넷 사이트가 범행 후 당국에 의해 폐쇄되지만, 이들이 온라인 공간에서 옮겨 다니며 이런 게시물을 올려 모방 범죄를 유도하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뉴만 교수는 "에잇챈(엘패소 테러범이 게시물을 올린 게시판)을 폐쇄함으로써 극우주의자들로부터 가상 네트워크를 제거했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며 "이들은 다른 온라인 공간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노르웨이 모스크 총격 사건을 테러 사건으로 수사하고 있는 경찰은 용의자가 사건 전 이미 경찰에 알려져 있던 인물이긴 하지만, 전과는 없다고 설명했다고 BBC는 전했다.

경찰은 또 용의자가 극우·반이민주의적 시각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 점령군에 협력했던 노르웨이 정치인 비드쿤 크비슬링에 동조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 뒤 용의자의 주택에서는 그의 17세 된 의붓여동생도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은 그를 살해 혐의로 기소한 상황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