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일본, 가지 않는다? 한국인 2125만명, 36개월째 여행 1위

뉴스래빗 #팩트체크 : 일본 불매운동④
△ '일본 여행' 2019년 6월까지 15년치 분석

▽ '일본', 한국인 가장 많이 가는 나라
▽ 2위 베트남 · 3위 미국 합계보다 많아
▽ 최근 3년 간 2125만명 일본행
▽ 일본행 7년 새 166만→754만명 450% 폭증
▽ "일본 불매 오래 못가" 자신감 근거
일본 여행 상품을 대표하는 '후지산' 그리고 벚꽃(사쿠라)의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뱅크
한일 '경제 전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일본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전략적 우방)'에서 결국 제외했습니다. 우리 정부도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 "다시는 일본에게 지지 않겠다"며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에 초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습니다.

한일 정부 간 갈등은 민간으로 번져 '일본 불매 운동'이 시작됐습니다. 2019년 7월 11일 유니클로 모기업인 패스트리테일링의 오카자키 타케시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불매 운동이) 그리 오래가진 않을 것"이란 말은 성난 한국 민심에 기름을 끼얹었습니다.
2019년 7월 26일 경기 의정부시의 부용고, 송현고, 의정부고 등 6개 고등학교 학생들이 26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 동참 선언 기자회견'을 했다. 한 참가 학생이 소녀상 뒤로 "독립운동은 못했지만 불매운동은 한다"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본 보이콧(boycott) 표어인 '사지 않습니다, 가지 않습니다'처럼 일본의 패션, 가전제품, 자동차, 화장품, 음식, 의약품 그리고 관광 산업 전반으로 번져나갔죠. 학생부터 노인까지 참여 연령도 폭넓습니다.

유니클로는 뒤늦게 일본 본사 대표 명의의 사과문을 두 번이나 발표했지만 불매 운동의 기세는 무섭습니다. 유니클로를 넘어 불매 운동은 데상트·ABC마트 등 다른 브랜드로까지 퍼져나가고 있죠.

▽ '일본 불매' 분석 3회 #팩트체크 시리즈

1편:) 일본 불매 오래 못간다고? 성난 민심 제1표적 '유니클로'
2편:) 유니클로보다 많은 ABC마트·데상트…일본 불매 '톱4' 수도권 62% 집중
3편:) 척박한 유니클로 '국산 대체 브랜드'…일본 불매가 던진 숙제
2019년 8월 1일 오전 부산 동구 부산국제여객터미널에서 시민단체인 부산항을사랑하는시민모임이 일본여행을 가지 말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래빗 #팩트체크 '일본 불매' 4편, 한국인의 일본 관광 현황을 살펴봅니다.

'일본, 가지 않습니다'처럼 일본 의류·식음료·생활용품 못지 않게 불매 실행이 거세지고 있는 분야입니다. 관광객 발길이 뚝 끊겨 부산-대마도 '오로라호'가 운항을 중단했다는 소식이나, 일본 지자체들이 에어서울을 찾아 항공편을 줄이지 말고 유지해달라고 읍소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등 불매 운동으로 일본 여행편은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2019년 8월 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한 항공사 수속 카운터가 일본 여행 거부 운동으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국내 해외여행객 유치 1·2위 업체인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일본 여행 신규 예약자 수는 일본 여행 거부 운동이 본격화된 지난달에만 전년 동기 대비 70~80% 급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인은 그동안 일본 여행을 얼마나 간 걸까요. 일본 불매운동이 본격화하기 전인 2019년 6월까지 말입니다. 일본행 여행자가 급감하는 이 현상이 일본에도 분명 큰 타격일 겁니다.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한국관광공사는 매월 '한국 관광 통계'를 홈페이지에 게시한다. 월별로 한국에 입국한 외국인 수, 외국으로 출국한 한국인 수, 관광 수입 및 지출 등을 상세히 공개한다.

뉴스래빗은 그 중 해외 각국에서 집계한 입국 한국인 수를 취합한 '국민해외관광객 주요 행선지 통계'에 주목한다. 국가별로 집계된 한국인 입국자 수 중 일본 입국자가 얼마나 많은지 살펴본다. 한국인 입국자 수를 제공하는 전세계 120여개국 방문자 수와도 비교한다.

한국관광공사 '국민해외관광객 주요 행선지 통계'는 상대국의 자료 제공에 의존한다. 전 세계에 200개 넘는 나라가 있지만 그 중 입국자 수를 확인할 수 있는 나라 수는 최대 120여개 정도다. 각국마다 한국인 입국자 수를 제공하는 기준이나 주기 등이 상이하다. 매월 제공하지 않고 3개월, 6개월, 1년치를 한 번에 제공한 경우 비교를 위해 월 평균 입국자 수를 계산했다.
'일본' 한국인 가장 많이 가는 나라
2위 베트남·3위 미국 합계보다 많다


일본 불매 운동이 본격화하기 직전인 2019년 6월, 한국인이 가장 많이 떠난 곳은 일본입니다. 6월 한 달 간 61만1900명이 일본에 입국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2019년 6월자 입국 한국인 수를 제공한 63개국 중 가장 많은 인원입니다.

6월자를 좀 더 살펴보니 베트남이 31만4397명으로 2위, 미국이 19만8870명으로 3위를 기록했습니다. 한국인이 두 번째로 많이 가는 베트남도 1위 일본의 절반에 불과합니다. 베트남과 미국 입국자 수를 합해도 일본 입국자 수에 미치지 못합니다.

외국 가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한국인이 가장 압도적으로 많이 찾는 여행지는 단연 이웃나라 일본입니다. 2019년 6월 수치가 있는 63개국 전체 입국자 141만5209명 중 43.2%에 달할 정도니까요. 2019년 6월 일본 입국자의 절반 정도만 여행객이었다고 쳐도 '최애' 여행지에 가볍게 오르게 되는 셈입니다.
최근 3년 일본행 여행자 2125만명
36개월째 한국인 가장 많이 가는 나라


일본은 2016년 7월부터 전 세계에서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나라로 등극했습니다. 이후 2019년 6월까지 36개월간 대체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죠. 2016년 7월 44만7008명이던 일본행 한국인 수는 2017년 1월 62만5415명, 2018년 1월 80만3816명으로 앞자리를 갈아치우며 늘어나고 있습니다.
2019년 8월 1일 오전 부산 동구 부산국제여객터미널에서 시민단체인 부산항을사랑하는시민모임이 일본여행을 가지 말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본이 한국인이 가장 많이 가는 여행지가 된 2016년 7월 이후 2019년 6월까지 36개월, 즉 최근 3년간 일본에 방문한 한국인은 총 2124만9485명, 약 2125만명에 이릅니다.

2016년 7월(44만7008명)과 2019년 6월(61만1900명)만 비교해도 월 20만여명이 늘었죠. 최근 3년 중 한국인이 일본에 가장 많이 갔던 시점(2018년 1월, 80만3816명)과 비교하면 차이는 36만여명, 2배에 이릅니다.

일본 vs 중국 여행 비교하면
한국인 '최애' 여행지 중국→일본 역전


이상한 점을 느끼셨나요. 한국인이 많이 찾을 것만 같은 바로 그 나라, 중국이 없습니다. 한국관광공사 '국민해외관광객 주요 행선지 통계'는 상대국의 자료 제공에 의존합니다. 우리 정부에서 출국 목적지를 직접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위 2019년 6월 자료도 전 세계 200여개국 중 63개국만 집계된 겁니다.

중국은 2018년 이후 자국 한국인 입국자 수를 제공하지 않고 있습니다. 2018년 이후로는 자료가 없어 다른 나라와 비교하기 어렵습니다.


중국이 자료를 마지막으로 제공한 2017년 당시를 봐도 일본이 한국인 '최애' 관광지란 점은 변하지 않습니다.

2017년 중국이 제공한 1년치 한국인 입국자는 385만4869명. 월 평균 32만1239명 꼴입니다. 같은 시기 일본에 간 한국인 수는 714만438명입니다. 2배 가까이 차이나죠. 2017년 일본 입국자 수는 월별로 차이가 있지만 가장 많은 달(12월)엔 67만8905명에 육박했습니다.


중국은 2014년까지만 해도 명실공히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관광지였습니다. 월별로 봐도 2015년 1월까지는 일본에게 입국 한국인 수로 한 번도 밀린 적이 없었습니다.

일본 입국 한국인 수가 처음으로 중국을 앞선 건 2015년 2월입니다. 이후 2016년까지 두 나라 입국 한국인 수는 엎치락뒤치락합니다. 여름·겨울 휴가철엔 일본, 봄·가을 평시에는 중국 입국자 수가 더 많은 식입니다.

이 흐름은 2016년 7월 이후로 완전히 뒤집힙니다. 2016년 6월 중국 입국 한국인 수(40만6406명)가 일본(34만7365명)보다 많았던 게 마지막입니다.

이후 일본 입국자 수가 급증세를 보이며 중국 입국자 수를 완벽하게 앞질렀습니다.


연도별로 합해보면 추세는 더욱 명확해집니다. 중국이 2016년부터는 월별 입국자 수 대신 연도별로 묶어서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2011년만 해도 중국 입국자 수(418만5400명)가 일본 입국자 수(165만8073명)보다 두 배 이상 많았습니다. 이후 일본 한국인 입국자 수가 2012년 200만명, 2015년 400만명, 2016년 500만명, 2017년 700만명을 돌파해 전 세계 모든 국가를 압도했습니다. 최근 6~7년간 한국인 관광객이 1년에 100만명 이상씩 증가한 셈입니다. 반면 중국을 찾는 한국인 수엔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일본행 166만→754만명 450% ↑
대일 여행수지 6년 연속 '적자'

"불매 오래 못가" 일본 자신감 근거


데이터를 보니 일본이 한국인 '제1의 여행지'로 우뚝 선 지 오래입니다. 2011년 166만여명이던 여행객이 2018년엔 754만여명으로, 7년 새 4.5배, 450% 폭증했습니다. 일본의 대안 여행지이던 중국, 대만, 베트남, 홍콩 등은 일본과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죠. 일본에게도 한국인에게서 들어오는 여행 수입의 폭이 크게 증가했다는 뜻입니다.


한국은행이 매년 발표하는 대(對)일본 여행수지도 이러한 추세를 증명합니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한국이 흑자를 보던 것도 잠시, 2013년부터 적자세로 돌아선 후 대일 여행적자 폭이 해를 거듭할수록 커지고만 있습니다.

일본인 관광객이 한국에 여행와서 쓰는 돈보다, 한국인 관광객이 일본에 가서 쓰는 돈이 훨씬 많다는 뜻입니다. 2018년엔 여행수입 17억7150만달러, 여행지급 51억6680만달러로 무려 3배 가까이 적자를 냈습니다.
일본 불매운동이 들불처럼 번지는 가운데 2019년 8월 4일 일본 대마도 히타카츠항 국제터미널 단체여행 버스 주차장이 한산한 모습이다. 현지 매체인 나가사키 신문은 지난달 31일 일본 불매운동의 영향으로 한국인 관광객이 급감해 대마도 관광산업이 타격을 입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가지 않겠다'고 나선 한국 여행객들의 불매 운동이 일본 관광산업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은 이유입니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국내 해외여행객 유치 1·2위 업체인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일본 여행 신규 예약자 수가 7월에만 70~80% 급감했습니다.

불매 흐름이 장기화할 경우 일본이 입을 타격은 점점 커질 전망입니다. 현재는 아직 여름 휴가철 성수기를 맞아 7월 전 미리 예약해뒀던 수요가 그나마 남아 있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제25회 참의원 선거가 실시된 7월 21일 도쿄 자민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활짝 웃었다. 자민당이 과반 확보에 성공해서다. 다만 공민당 등여당 개헌 세력은 최대 쟁점이었던 개헌 발의선 유지에는 실패했다. 사진=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일본 관광의 한국 의존도를 모르지 않았을 겁니다. 한국인들이 '여행 불매'에 열을 올려도 강경한 태도로 일관, 결국 자국 화이트리스트(수출 간소화 국가)에서 한국을 배제한 데에서 아베 총리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습니다.

아베 총리의 자신감이 앞으로도 이어질까요. 관광산업에 의존적인 일본 지자체들은 자발적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하고, 에어서울을 찾아 "노선을 축소하지 말고 유지해 달라"고 읍소하고 있습니다.
한국인이 일본 현지 관광 때 즐겨 먹는 스시에 삿포로 맥주를 곁들인 식사 풍경. 사진=뉴스래빗
'일본 가지 않습니다' 속편 예고 :) '국민해외관광객 주요 행선지 통계' 2019년 7월 자료는 오는 9월 초 발표됩니다. 일본 여행 불매의 영향이 직접 수치에 반영된 '가장 뜨거웠던 7월' 통계입니다. 뉴스래빗은 일본을 찾는 한국인 여행객 통계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서 보여드리겠습니다 !.!
# DJ 래빗 뉴스래빗 대표 '데이터 저널리즘(Data Journalism)' 뉴스 콘텐츠입니다. 어렵고 난해한 데이터 저널리즘을 줄임말 'DJ'로 씁니다. 서로 다른 음악을 디제잉(DJing)하듯 도처에 숨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발견한 의미들을 신나게 엮어보려고 합니다. 더 많은 DJ 래빗을 만나보세요 !.!

책임= 김민성, 연구= 강종구 한경닷컴 기자 jongg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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