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미래' 키워드 꺼낸 文대통령…극일-대화 '투트랙' 재확인

"긴 호흡 가져야"…장기적 관점서 한일관계 근본적 개선 염두에 둔듯
평등·평화공존 당부…日보복 부당성 비판하면서도 감정적 대응 경계
8·15 메시지, '대화 통한 문제해결' 비중 있게 다뤄질 확률 높아
일본의 경제보복에 맞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전국으로 퍼지는 등 국민 다수가 결연한 대응에 나선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한일관계의 '미래'를 강조하고 나섰다.한국을 상대로 한 일본의 부당한 수출 규제 조치에는 원칙적으로 대응하되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일 관계의 핵심기조인 '투트랙 접근'을 다시 확인하는 맥락으로 풀이된다.

과거사 문제는 과거사 문제대로 현명하게 처리하되, 한일 간 미래지향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광복절을 사흘 앞둔 12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과거 일본 제국주의로부터 큰 고통을 받았던 우리로서는 현재 벌어지는 일본의 경제 보복을 매우 엄중한 일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이어 "경제 보복은 그 자체로 부당할 뿐만 아니라 과거사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며 "광복절을 맞이하는 우리의 마음가짐이 한층 결연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부연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일본의 수출규제 자체에는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기존 입장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일본이 각의에서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국인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 결정을 내린 지난 2일, 일본에 깊은 유감을 표하면서 "부당한 경제보복 조치에 상응하는 조치를 단호하게 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정부는 12일 한국의 백색국가 명단에서 일본을 제외하는 상응조치를 취함으로써 일본의 부당한 경제보복을 용인할 수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이날 회의에서 "냉정하면서 근본적인 대책까지 생각하는 긴 호흡을 가져야 한다"면서 단기적 상응조치와는 별개로 일본과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장기적인 해법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감정적이어서는 안 된다"며 "적대적 민족주의를 반대하고 인류애에 기초한 평등과 평화 공존의 관계를 지향하는 것은 지금도 변함없는 우리의 정신"이라고 역설했다.이 같은 언급은 한편으로는 국제적인 여론에 일본의 경제 보복이 평화 공존의 보편적 가치에 반대한다는 점을 부각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우리 정부와 국민의 대응이 성숙함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당부로도 읽힌다.

이는 감정을 앞세운 극한 대립은 한일 관계는 물론 양국 정부와 국민에게도 득이 될 것이 없다는 객관적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민경제자문회의 전체회의에서 일본의 조치를 두고 "일본 자신을 포함한 모두가 피해자가 되는 승자 없는 게임"이라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이기 때문에 한일 양국의 이목이 쏠릴 문 대통령의 8·15 광복절 경축사에 '극일'(克日)과 같은 강력한 메시지가 담길 수 있지만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언급 역시 적지 않게 포함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보복적 성격을 띤 일본의 조치에도 문 대통령이 여전히 외교적 해법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만큼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한 일본의 전향적 태도를 촉구하는 메시지가 비중 있게 다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