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져가는 봉제·재단·건설·목공 기술자들, 마을기업 장인으로 '화려한 부활'

대구시 마을기업·협동조합 눈길

봉제사 5명과 설립한 당신재단실
해외 디자이너 주문도 쏟아져
12일 대구 서문시장 인근 건물 2층에 마련된 66㎡의 당신재단실. 김승유 대표(26)가 2017년 말 창업한 이 회사의 재단실에는 패턴(옷의 설계도) 종이 수천 장이 걸려 있다. 이 기업이 상대하는 소비자는 개성이 강한 2030세대들이다. 김 대표의 맞춤옷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알려지면서 창업 1년여 만에 월 주문량이 30~40건에 이른다. 해외에서도 주문이 들어온다. 일본의 디자이너는 지난 6월 “일본의 샘플 옷 제작비가 비싸다”며 50벌 제작을 의뢰했다. 김 대표는 쏟아지는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3월 서문시장 인근의 봉제사 5명과 마을기업을 설립했다. 올해 매출 목표는 1억5000만원이다.
김승유 당신재단실 대표(왼쪽)가 재단실에서 권영진 대구시장의 맞춤옷을 만들기 위해 시침을 하고 있다. /당신재단실 제공
김 대표는 “서문시장 인근에는 한때 섬유도시 대구에서 최고의 기술을 자랑하던 장인급 기술자가 많다”며 “이들과 함께 최고의 옷을 만드는 기업을 꿈꿀 수 있게 됐다”고 소개했다. 봉제 기술자들도 김 대표 덕에 일감이 늘어났다. 35년 경력의 봉제 기술자인 황한규 씨는 “공임도 기존 일보다 1.5배 이상 높고 일감이 없는 한여름과 한겨울에도 일하게 됐다”고 말했다.김 대표는 재단과 봉제를 배우기 위해 대구 이세영 사장(대신재단실)과 부산 백운칠(민우양복점)·이철희(반도양복점) 사장 등 전국 최고 장인들을 찾아다녔다. 3년간 김 대표가 연습한 패턴종이와 광목만 수천 장이 넘는다.

당신재단실처럼 청·장년이 창업한 마을기업을 통해 사라져가던 봉제·재단·건설·목공 기술자들이 부활하고 있다.2016년 마을기업으로 지정된 다올건설협동조합(대표 조기현)은 조합원 10명 모두가 건설기능인이다. 조기현 대표(54)는 이들과 건설, 주택시공 사업을 하며 마을목수학교를 열고 목공기술을 가르친다. 지난해 올린 매출은 4억원이다. 대구 수성구의 마을기업 콩지팥지(대표 이원숙)는 빈둥지증후군을 겪고 있는 중년여성들의 사회 진출을 위해 전통망개떡과 식혜 등을 제조 판매해 지난해 1억2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대구시의 마을기업 등 사회적 경제기업은 2014년 462개에서 지난해 말 825개로, 총매출은 760억원에서 1500억원으로, 고용(누계)은 4400명에서 7672명으로 늘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