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 "日 전략물자 1194개 중 진짜 영향 미치는 건 한 줌"

"美에 중재 요청하는 순간 호구돼
청구서 날아올게 뻔한데 왜 하나
지소미아는 신중하게 검토할 것"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사진)은 12일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 배제 여파에 대해 “우리에게 진짜 영향을 미치는 전략물자는 손 한 줌 정도”라고 말했다. 김 차장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일본이 수출을 규제한) 1194개 전략물자를 검토해보니 실제 영향을 미치는 게 많지는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2일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결정 직후 한국이 영향을 받게 되는 핵심 품목이 159개라고 밝혔으나 당장 영향을 받는 대상은 이보다 훨씬 적다는 뜻이다. 한국 정부가 이날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맞대응에 나선 것도 이런 상황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김 차장은 2005년 노무현 정부 시절 수석 대표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성사시킨 뒤 한·일 FTA에는 반대했던 이유로 소재·부품 분야의 양국 간 기술격차를 들었다. 그는 “(당시) 기술력 격차가 너무 커 한·일 FTA를 타결할 경우 ‘제2의 한·일 강제병합’이 될 것이라고 노 전 대통령께 보고했다”며 “안 하는 게 국익에 유리하다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다만 15년이 지난 지금은 부품·소재 분야에서 당시보다 약 16%의 기술력 향상이 진척됐다고 덧붙였다.

김 차장은 장기적으로 한국의 대일 무역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장 좋은 조치는 4차 산업혁명 기술 면에서 우리가 일본을 앞서는 것”이라며 “유능한 기술자가 많이 오고 인센티브도 많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국가 발전의 기본 원리인 기업과 기술에 투자하고 기업이 핵심기술 분야의 기업들을 인수합병(M&A)할 수 있게 인센티브를 충분히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일본의 수출규제 직후 미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중재 요청을 하지 않았다는 점도 공개했다. 김 차장은 “미국에 중재를 요청하면 반대급부를 요구하는 ‘청구서’가 날아올 게 뻔한데 왜 그걸 요청하겠느냐”며 “도와달라고 요청하는 순간 ‘글로벌 호구’가 된다”고 말했다. 논란이 되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 문제를 두고는 “신중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일제징용청구권 문제와 관련해 미국이 일본의 입장을 지지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와 관련, “한·미 국가안보회의(NSC)를 통해 미국 측에 확인했는데 ‘사실이 아니다’는 답을 들었다”고 반박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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