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고무탄에 시위 여성 실명…분노한 시위대 홍콩공항 점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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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220개 도시 연결하는 허브공항, 95년 만에 시위로 전면 폐쇄
경찰, 시위대 2m 앞 최루탄 직사 등 강경 진압에 '분노'
中 정부, "중대한 순간 철권 단속" 등 무력개입 시사'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위대가 경찰의 강경 진압에 반발해 12일 오후 홍콩국제공항을 점령하면서 여객기 운항이 전면 중단됐다.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수천 명의 송환법 반대 시위대가 공항 터미널로 몰려들어 연좌시위를 벌이는 바람에 공항 출국 수속 등이 전면 중지됐다.
공항 당국은 오후 5시 무렵 성명을 내고 "출발 편 여객기의 체크인 서비스가 전면 중단됐다"며 "체크인 수속을 마친 출발 편 여객기와 이미 홍콩으로 향하고 있는 도착 편 여객기를 제외한 모든 여객기 운항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이날 홍콩 항공 당국은 당초 홍콩국제공항이 오후 5시 30분(현지시각)부터 13일 오전 9시까지 폐쇄된다는 '노탐'(NOTAM: Notice To Airmen)을 발표했다가, 이후 13일 오후 6시부터 여객기 운항을 재개한다고 밝혔다.공항 점거 시위로 인해 홍콩국제공항 운영이 중단되기는 95년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홍콩국제공항은 1924년 카이탁공항으로 시작했다가 1998년 첵랍콕공항으로 바뀌었다.
1998년 7월 문을 연 첵랍콕공항은 하루에 전 세계 220개 도시를 오가는 1천100개 항공편이 운항하는 세계적인 허브공항이다.지난해 이용객은 7천470만 명, 수송화물은 510만t을 기록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과 저비용항공사(LCC), 외항사 등은 홍콩공항 폐쇄에 따라 13일 아침까지 홍콩 기점 항공편 운항 계획을 모두 취소하고 승객들에게 이를 통보하면서 양해를 구했다.
현재 한국∼홍콩 노선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에어서울, 에어부산 등 국적사와 캐세이퍼시픽, 홍콩항공 등 외항사가 운항하고 있다.서울과 홍콩을 오가는 여객기를 이용하려던 여행객들은 전혀 예상치 못한 사태에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이었다.
대체 항공편을 구하기 위해 서둘러 홍콩과 가까운 마카오로 향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날 오후 시위대가 도로를 점거한 채 홍콩국제공항으로 향하는 바람에 공항 인근의 도로 교통도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시위대는 저녁때까지 공항 점거 시위를 이어갔으나, 밤이 깊어지면서 대부분의 시위대가 공항을 떠나 시위대 규모는 크게 줄었다.
송환법 반대 시위대는 지난 9일부터 이날까지 나흘 연속 홍콩국제공항에서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가 홍콩국제공항에서 시위를 벌인 것은 전 세계를 오가는 여행객들에게 송환법 반대 시위를 알리고, 시위의 파급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이날 시위는 당초 예정에 없었지만, 전날 침사추이 지역의 송환법 반대 시위에서 한 여성 시위 참가자가 경찰이 쏜 고무탄 혹은 '빈백건(bean bag gun)'으로 추정되는 물체에 맞아 오른쪽 눈이 실명 위기에 처한 것에 분노해서 벌어졌다.
빈백건은 살상력은 낮지만, 알갱이가 든 주머니 탄으로 타박상을 입힐 수 있는 시위 진압 장비이다.
이 여성은 오른쪽 안구와 코뼈 연골이 파열돼 병원으로 긴급히 이송돼 수술을 받았지만, 수술에도 불구하고 오른쪽 눈이 실명했다고 일부 홍콩 언론은 전했다.
전날 송환법 반대 시위대는 침사추이, 쌈써이포, 콰이청, 코즈웨이베이 등 홍콩 전역에서 게릴라식 시위를 벌였으며, 경찰은 지하철 역사 안에까지 최루탄을 쏘는 등 강경하게 진압했다.
이 과정에서 50여 명이 부상했다.
전날 저녁 타이쿠 역에 진입한 경찰은 시위대 2m 앞에서 최루탄을 직사해 비명이 울려 퍼졌으며, 일부 경찰은 시위대를 땅바닥에 쓰러뜨린 후 곤봉으로 마구 구타했다고 명보는 전했다.
홍콩 인권단체는 홍콩 경찰이 '시위 진압 때 최소의 무력을 사용한다'는 원칙을 어겼다고 맹비난했다.
실명 위기에 처한 여성을 기리는 의미에서 헝겊으로 한쪽 눈을 가리고 공항 시위에 참여한 웡(40) 씨는 "홍콩 경찰은 인간성을 이미 상실했다"며 "홍콩인을 위해 거리로 나온 소녀가 시력을 잃었다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말했다.
일부 시위대는 '깡패 경찰아, 우리에게 눈을 돌려다오'라고 쓴 팻말을 들고 있었다.
일부는 공항에 TV를 설치하고 전날 시위에서 경찰이 시위대를 마구 폭행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방영했다.
이들은 송환법 철폐 주장을 담은 전단을 나눠주면서 경찰의 과잉진압 규탄, 행정장관 직선제 등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쳤다고 외신은 전했다.홍콩 시위가 갈수록 격화하면서 중국 당국은 송환법 반대 시위에 강도 높은 '경고'를 반복하면서 무력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홍콩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의 양광(楊光) 대변인은 이날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홍콩 시위대를 강력하게 비난했다.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은 지난달 29일 1997년 홍콩 주권반환 후 처음으로 홍콩 내정과 관련된 기자회견을 연 후 지난 6일과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2주일 만에 무려 3차례의 기자회견을 했다.
지난번 기자회견 때와 마찬가지로 홍콩 시위대가 폭력 행위를 일삼고 있다고 강력하게 비난한 양광 대변인은 "홍콩은 중대한 순간에 이르렀으며, 홍콩인들은 폭력적인 불법 행위를 거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앙인민정부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도 이날 성명을 내고 "세계 어느 곳도 이러한 극악무도하고 극단적인 잔혹 행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가 이러한 테러리스트 행위를 용납한다면 홍콩은 바닥없는 심연으로 추락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홍콩과 바다를 사이에 둔 중국 선전(深천<土+川>)시 선전만 일대에는 지난 10일 무장경찰이 탄 장갑차와 물대포가 대규모로 집결하는 모습이 목격됐고, 이를 찍은 영상이 온라인에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같은 날 중국 공산당 산하 조직인 공청단은 웨이보 공식 계정에 올린 글에서 "인민무장경찰 부대는 폭동, 소요, 엄중한 폭력 범죄, 테러 등 사회안전과 관련된 사건을 진압할 수 있다"고 밝혀 홍콩에 대한 무력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홍콩 경찰은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149명을 불법 집회, 경찰 공격, 공무 방해 등의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지난 6월 초부터 전날까지 송환법 반대 시위에 참여했다가 경찰에 체포된 사람은 700여 명에 달한다.
/연합뉴스
경찰, 시위대 2m 앞 최루탄 직사 등 강경 진압에 '분노'
中 정부, "중대한 순간 철권 단속" 등 무력개입 시사'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위대가 경찰의 강경 진압에 반발해 12일 오후 홍콩국제공항을 점령하면서 여객기 운항이 전면 중단됐다.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수천 명의 송환법 반대 시위대가 공항 터미널로 몰려들어 연좌시위를 벌이는 바람에 공항 출국 수속 등이 전면 중지됐다.
공항 당국은 오후 5시 무렵 성명을 내고 "출발 편 여객기의 체크인 서비스가 전면 중단됐다"며 "체크인 수속을 마친 출발 편 여객기와 이미 홍콩으로 향하고 있는 도착 편 여객기를 제외한 모든 여객기 운항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이날 홍콩 항공 당국은 당초 홍콩국제공항이 오후 5시 30분(현지시각)부터 13일 오전 9시까지 폐쇄된다는 '노탐'(NOTAM: Notice To Airmen)을 발표했다가, 이후 13일 오후 6시부터 여객기 운항을 재개한다고 밝혔다.공항 점거 시위로 인해 홍콩국제공항 운영이 중단되기는 95년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홍콩국제공항은 1924년 카이탁공항으로 시작했다가 1998년 첵랍콕공항으로 바뀌었다.
1998년 7월 문을 연 첵랍콕공항은 하루에 전 세계 220개 도시를 오가는 1천100개 항공편이 운항하는 세계적인 허브공항이다.지난해 이용객은 7천470만 명, 수송화물은 510만t을 기록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과 저비용항공사(LCC), 외항사 등은 홍콩공항 폐쇄에 따라 13일 아침까지 홍콩 기점 항공편 운항 계획을 모두 취소하고 승객들에게 이를 통보하면서 양해를 구했다.
현재 한국∼홍콩 노선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에어서울, 에어부산 등 국적사와 캐세이퍼시픽, 홍콩항공 등 외항사가 운항하고 있다.서울과 홍콩을 오가는 여객기를 이용하려던 여행객들은 전혀 예상치 못한 사태에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이었다.
대체 항공편을 구하기 위해 서둘러 홍콩과 가까운 마카오로 향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날 오후 시위대가 도로를 점거한 채 홍콩국제공항으로 향하는 바람에 공항 인근의 도로 교통도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시위대는 저녁때까지 공항 점거 시위를 이어갔으나, 밤이 깊어지면서 대부분의 시위대가 공항을 떠나 시위대 규모는 크게 줄었다.
송환법 반대 시위대는 지난 9일부터 이날까지 나흘 연속 홍콩국제공항에서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가 홍콩국제공항에서 시위를 벌인 것은 전 세계를 오가는 여행객들에게 송환법 반대 시위를 알리고, 시위의 파급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이날 시위는 당초 예정에 없었지만, 전날 침사추이 지역의 송환법 반대 시위에서 한 여성 시위 참가자가 경찰이 쏜 고무탄 혹은 '빈백건(bean bag gun)'으로 추정되는 물체에 맞아 오른쪽 눈이 실명 위기에 처한 것에 분노해서 벌어졌다.
빈백건은 살상력은 낮지만, 알갱이가 든 주머니 탄으로 타박상을 입힐 수 있는 시위 진압 장비이다.
이 여성은 오른쪽 안구와 코뼈 연골이 파열돼 병원으로 긴급히 이송돼 수술을 받았지만, 수술에도 불구하고 오른쪽 눈이 실명했다고 일부 홍콩 언론은 전했다.
전날 송환법 반대 시위대는 침사추이, 쌈써이포, 콰이청, 코즈웨이베이 등 홍콩 전역에서 게릴라식 시위를 벌였으며, 경찰은 지하철 역사 안에까지 최루탄을 쏘는 등 강경하게 진압했다.
이 과정에서 50여 명이 부상했다.
전날 저녁 타이쿠 역에 진입한 경찰은 시위대 2m 앞에서 최루탄을 직사해 비명이 울려 퍼졌으며, 일부 경찰은 시위대를 땅바닥에 쓰러뜨린 후 곤봉으로 마구 구타했다고 명보는 전했다.
홍콩 인권단체는 홍콩 경찰이 '시위 진압 때 최소의 무력을 사용한다'는 원칙을 어겼다고 맹비난했다.
실명 위기에 처한 여성을 기리는 의미에서 헝겊으로 한쪽 눈을 가리고 공항 시위에 참여한 웡(40) 씨는 "홍콩 경찰은 인간성을 이미 상실했다"며 "홍콩인을 위해 거리로 나온 소녀가 시력을 잃었다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말했다.
일부 시위대는 '깡패 경찰아, 우리에게 눈을 돌려다오'라고 쓴 팻말을 들고 있었다.
일부는 공항에 TV를 설치하고 전날 시위에서 경찰이 시위대를 마구 폭행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방영했다.
이들은 송환법 철폐 주장을 담은 전단을 나눠주면서 경찰의 과잉진압 규탄, 행정장관 직선제 등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쳤다고 외신은 전했다.홍콩 시위가 갈수록 격화하면서 중국 당국은 송환법 반대 시위에 강도 높은 '경고'를 반복하면서 무력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홍콩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의 양광(楊光) 대변인은 이날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홍콩 시위대를 강력하게 비난했다.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은 지난달 29일 1997년 홍콩 주권반환 후 처음으로 홍콩 내정과 관련된 기자회견을 연 후 지난 6일과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2주일 만에 무려 3차례의 기자회견을 했다.
지난번 기자회견 때와 마찬가지로 홍콩 시위대가 폭력 행위를 일삼고 있다고 강력하게 비난한 양광 대변인은 "홍콩은 중대한 순간에 이르렀으며, 홍콩인들은 폭력적인 불법 행위를 거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앙인민정부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도 이날 성명을 내고 "세계 어느 곳도 이러한 극악무도하고 극단적인 잔혹 행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가 이러한 테러리스트 행위를 용납한다면 홍콩은 바닥없는 심연으로 추락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홍콩과 바다를 사이에 둔 중국 선전(深천<土+川>)시 선전만 일대에는 지난 10일 무장경찰이 탄 장갑차와 물대포가 대규모로 집결하는 모습이 목격됐고, 이를 찍은 영상이 온라인에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같은 날 중국 공산당 산하 조직인 공청단은 웨이보 공식 계정에 올린 글에서 "인민무장경찰 부대는 폭동, 소요, 엄중한 폭력 범죄, 테러 등 사회안전과 관련된 사건을 진압할 수 있다"고 밝혀 홍콩에 대한 무력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홍콩 경찰은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149명을 불법 집회, 경찰 공격, 공무 방해 등의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지난 6월 초부터 전날까지 송환법 반대 시위에 참여했다가 경찰에 체포된 사람은 700여 명에 달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