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윤가은 감독 "내 이야기에서 시작한 영화"

'우리들'에 이은 두 번째 작품…"가족 이야기해 보고 싶었다"
"아이들 이야기이지만, 제 안에서는 아직 '진행형'인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
영화 '우리들'의 윤가은 감독이 4년 만에 새 영화 '우리집'으로 돌아왔다.

전작에서는 학교를 배경으로 아이들의 우정을 다뤘다면 이번에는 가족 문제 해결에 나서는 아이들 이야기를 그렸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윤 감독은 이번 영화도 전작과 마찬가지로 "내 이야기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영화에서 엄마·아빠가 헤어질 위기인 하나와 경제적인 이유로 이사를 해야 하는 유미·유진 자매는 각자의 '우리집'을 지키기 위해 힘을 합친다.

"두 가족 모두 제 이야기예요.

저에게도 어렸을 때 공포와 불안을 느낀 순간이 있었죠. 제 경험과 여러 가지가 합쳐진 이야기예요. 분명히 제가 어린 시절에 느낀 감정에 대한 못다 한 이야기가 있고, 그것이 마음 어딘가에 남아있죠. 지금 영화를 만들면서 이 이야기를 꺼낼 수 있게 된 것이 기쁘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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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감독은 "가족 이야기를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다"라고도 말했다. "가족이 어떤 사람들로 구성되고, 어떤 갈등이 있는지에 대해 관심이 많았어요.

그렇지만 가족 일이라는 것이 사실 제 안에서도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에 좀 설익었지만, 지금 이 순간에 가족에 대해 느끼는 것에 목소리를 내보기로 했죠. 부모님 불화에 대한 이야기는 언젠가는 꼭 하고 싶었어요.

부모님 불화에 대해 아이들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들여다보고 싶었죠. 그리고 비로소 주인공인 하나가 구체화했을 때 가족처럼 자매처럼 가족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할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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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어른들은 현실의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가족 문제가 어른뿐 아니라 아이들 문제가 된다는 점을 간과한다.

영화 속 아이들은 실제 아이들처럼 가족 문제를 자기 문제로 인식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 한다.

"아이들의 해결 방법은 당연히 실패를 계속할 수밖에 없죠. 그러나 그렇게 노력하는 마음이, 어른들이 잊어버린 힘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문제를 인식하고 정면 돌파하려는 마음이 아이들을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실패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 상태의 가족을 받아들이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게 되는 그 힘이 중요한 거죠."
어린이 배우들이 주인공인 까닭에 윤 감독은 현장에서 촬영 수칙을 만들어 어린이 배우들을 최대한 신경 쓰고 배려했다.

윤 감독은 "때론 선생님, 때론 보호자 역할을 해야 했다"고 돌아봤다.

"어른들은 '예쁘다, 귀엽다'는 말을 아이에게 할 때 그 존재 자체가 아름다워서 하는 말이지만 어린이는 그 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는 걸 알았어요.

또 그 말이 싫을 수도 있는데 내색을 못 하는 경우도 있고요.

저도 부딪치면서 알았고, 수칙을 만들었죠. 사실 어른이 주도하는 현장이기 때문에 지켜지지 않은 것도 많았어요.

내면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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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에 이어 '우리집'까지, 윤 감독이 아이들 이야기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가치 있는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어린이가 주인공이 된다"며 "예전에 못 한 이야기를 지금 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사실 나에게는 지나간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내 안에 있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고 한다.

그는 앞으로의 목표를 "꾸준히 작품을 만드는 감독이 되고 싶다"고 전했다.

"아직 신인인데, 꾸준히 지치지 않고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영화를 해야 할까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 지금인 것 같아요.

어린이들 이야기도 계속하고 싶지만, 다른 시도도 할 만큼 더 성장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복잡하네요. (웃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