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 같은 주식' 찾고, 자기 과신하는 당신…高수익 내기 힘들어요
입력
수정
지면B2
장경영의 재무설계 가이드후배 A의 별명은 ‘펀드의 여왕’이다. 펀드 투자로 매번 쏠쏠한 수익을 올린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A에게 비결을 물었다. 대답은 명쾌했다. “①전문가들의 시장 전망과 추천 펀드를 살펴봐요. ②투자 기간과 목표수익률, 그리고 투자할 펀드를 결정해요. ③목표수익률에 도달하면 미련 없이 환매해요.”
(85) 펀드투자자 5가지 유형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목표수익률에 도달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말꼬리를 잡았다. A는 “처음부터 투자 기간을 넉넉하게 잡고 목표수익률도 큰 욕심을 내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경우가 많지는 않아요. 그래도 그런 상황이 생기면 계획했던 투자 기간이 끝날 때 일단 환매해요”라고 거침없이 설명했다.정리하면 A는 ①~③의 과정을 반복하되 목표수익률 미달 상황이 벌어지면 망설이지 않고 ‘기계적으로’ 자신의 투자 원칙을 실행한다. 언뜻 보면 따라 하기 쉽다고 느껴진다. 그러나 단순한 투자 원칙을 계속 지키기는 무척 어렵다. 어쩌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왜 그럴까. 사람들이 투자 행동에서 비합리적 편향(bias)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 편향은 매우 다양하다.미국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는 펀드 투자와 관련된 네 가지 편향을 바탕으로 다섯 가지 투자자 유형을 제시했다. 첫 번째 편향은 ‘복권 같은 주식 선호’다. 주가 수준이 낮고 주가의 변동성이 커 복권 당첨 같은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주식을 투자 대상으로 선호하는 성향이다. 예를 들어 주가 수준이 하위 20%에 속하고 변동성은 상위 20%에 속한 주식을 많이 보유할수록 이 편향이 뚜렷하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처분 효과’다. 이익이 난 상태에선 서둘러 매도하려 하고 손실을 보고 있다면 매도를 미루려는 성향을 말한다. 세 번째는 ‘좁은 평가 틀’이다. 자신의 전체 포트폴리오를 고려하지 않고 개별 매매에 집중하는 것이다. 네 번째는 ‘자기 과신’이다. 자신에 대한 확신이 과도해 거래가 잦지만 수익률은 낮은 경우다.미국 투자자의 실제 거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런 편향을 지닌 투자자의 펀드 투자 성과가 부진했다. 처분 효과 편향이 강한 상위 20% 투자자가 하위 20%에 비해 펀드 수익률이 0.89%포인트 낮았다. 좁은 평가 틀 편향의 경우 상위 20% 투자자가 하위 20%보다 2.16%포인트 낮은 펀드 수익률을 보였다.
어떤 편향이 강하고 약한지에 따라 펀드 투자자는 다섯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첫 번째 유형은 ‘도박사’다. 위의 네 가지 편향 중 자기 과신만 빼고 나머지 세 가지 편향이 모두 강한 사람이다. 복권 같은 주식 투자를 선호하고 이익이 나면 서둘러 실현하며 개별 매매에 집중하는 사람이라면 도박사라 부를 만하다는 의미다. 도박사 유형은 수익률이 낮다. 나이가 젊고 소득이 적으며 투자 경험이 부족한 사람이 많다.
두 번째 유형은 ‘똑똑한 투자자’다. 이들은 심리적 편향이 도박사와 정반대다. 복권 같은 주식을 선호하지 않고 이익 상태와 손실 상태에 구애받지 않고 매도 시점을 결정한다. 개별 매매보다 전체 포트폴리오를 고려해 투자한다. 다섯 가지 유형 중 유일하게 투자 수익률이 높다. 세 번째 유형은 ‘자기 과신 투자자’다. 이름 그대로 자기 과신 편향이 강하다. 복권 같은 주식 선호 편향도 강한 편이다. 여성보다 남성이 이 유형에 많이 속한다. 자기 판단과 선택을 믿지만 투자 수익률은 낮다.네 번째 유형은 ‘숲이 아니라 나무만 보는 투자자’다. 좁은 평가 틀 편향이 강하다. 개별 매매에 집중하다 보니 이익 상태가 되면 서둘러 매도하는 처분 효과 편향도 강한 편이다. 결과적으로 전체 수익률은 낮다. 마지막 유형은 ‘성숙한 투자자’다. 네 가지 편향이 모두 약하다. 나이가 많고 투자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다. 편향에서는 자유롭지만 수익은 그저 그렇다. 수익률에서 ‘똑똑한 투자자’와 차이가 난다. 이는 투자 관련 편향이 없다고 해서 곧바로 높은 수익률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높은 수익률을 원하는 펀드 투자자라면 심리적 편향을 경계하면서도 후배 A처럼 투자 원칙을 분명하게 정립하고 그 원칙을 흔들림 없이 지켜가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