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익진 몰로코 대표 "데이터 완벽 분석해 타깃 광고…구글·페북 독점 광고시장 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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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도전했다“지금 디지털 광고 시장은 구글과 페이스북이 독점하고 있습니다. 두 기업의 엄청난 공세에 세계 기업들이 위협을 느끼고 있죠. 우리가 보유한 자체 머신러닝(기계학습) 기술을 활용하면 기업이 더 정확한 타깃 광고를 하고, 높은 수익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대기업 독점시장도 틈새 있다
'유튜브 추천 동영상' 기술 개발한
안익진 몰로코 대표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디지털 광고기술 업체 몰로코(Moloco)의 안익진 대표는 최근 본지와 한국사무소에서 만나 구글, 페이스북을 통한 광고와의 차별성을 묻자 이같이 말했다. 몰로코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정교하게 분석할 수 있는 자체 머신러닝 엔진 기술을 가진 기술 기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다.이 기술을 토대로 기업이 디지털 광고로 수익을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PC, 휴대폰으로 사이트나 앱(응용프로그램)에 접속한 이용자의 평소 취향, 기호에 맞는 광고창을 띄워줘 구매로 연결되게 하는 방식이다.
안 대표는 “괜찮은 스타트업들이 수익화에 많이 실패하는데 보유한 테이터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몰로코는 광고를 통해 실제 수익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과 실전 경험이 있다”고 강조했다.구글, 안드로이드 엔지니어 출신이 창업안 대표는 전직 구글러이자 안드로이드 엔지니어 출신이다. 그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전자공학 석사를 거쳐 샌디에이고대에서 박사 과정을 밟다가 중단하고 구글에 입사했다.
구글에서 유튜브 초기 멤버로서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지금의 수익화 모델을 만들어냈다. 유튜브의 ‘추천 동영상’을 개발한 주역이기도 하다. 유튜브는 현재 구글 매출의 17%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그는 이후 안드로이드로 자리를 옮겨 방대한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엔지니어링하는 분야에서 일했다.
안 대표는 “이론으로 공부했던 머신러닝이 수익화 모델로서 성공하는 걸 보면서 상업화 가능성을 봤다”고 했다. 이어 “쏟아지는 데이터로 광고 비즈니스를 만드는 일 자체가 도전적인 일”이라며 “그걸 제대로 하는 곳은 구글과 페이스북 정도인데, 우리가 그 기술을 모든 스타트업에 제공할 수 있겠다 싶었다”고 설명했다.그는 2014년 초 전직 구글 직원 등 두 명과 함께 실리콘밸리에서 몰로코를 창업했다. 머신러닝 기술은 국경의 의미가 없을뿐더러 세계를 무대로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정확한 타깃 광고로 구글, 페이스북 압도몰로코의 기술을 활용하면 정확한 타깃 광고가 가능하다. 몰로코가 보유한 머신러닝 기술로 대상, 시간, 구매 확률 등을 계산해 가장 적합한 대상에게 타깃 광고를 내보낸다.
강아지 사료를 구매한 이력이 있는 대상에게 애견용품, 사료 등의 광고를 적합한 타이밍에 노출해 구매로 이어지게 하는 식이다. 광고 노출부터 구매까지 성공해야 몰로코의 실적에도 반영된다. 이를 위해 몰로코가 하루에 다루는 데이터양만 200테라바이트에 달한다. 구글, 페이스북은 관심사를 기반한 데이터를 활용하기 때문에 강아지를 키우지 않는 사람에게도 광고가 노출돼 구매로 이어지기까지는 한계가 있다.
몰로코의 기술을 활용해 광고 캠페인을 벌인 국내외 기업은 300여 곳에 이른다. 도어대시, 블리자드, 슈퍼셀, 스냅챗, 딜리버루, 그랩 등 세계 기업이 상당수다. 한국에서도 배달의민족, 직방, 위메프 등이 광고 캠페인을 했고, 최근엔 SK텔레콤과 광고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몰로코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4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 매출 200억원의 두 배 실적을 달성했다. 매출은 미국, 유럽 등 외국이 65%, 한국이 35%를 차지한다. 몰로코는 일반 비즈니스 영역에도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머신러닝 기술을 클라우드로 공급할 방침이다.
안 대표는 “일반 비즈니스 영역에 머신러닝 기술을 적용하면 다양한 수요·공급 예측도를 높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해외 오피스도 계속 늘려갈 방침이다. 현재 미국 내 다섯 곳 외에 한국, 일본, 싱가포르, 영국에 사무실이 있다. 몰로코는 그동안 미래에셋벤처투자, SK텔레콤 등으로부터 35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