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무원, 독보적 제품 승부…냉동만두 2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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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간편식 브랜드 전쟁‘4등의 반란.’요즘 식품업계에서 풀무원을 두고 이런 말이 나온다. 두부와 콩나물 등 건강 먹거리를 만드는 회사로 시작한 풀무원이 가정간편식(HMR) 시장에서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 ‘냉장식품’ 분야에서 크게 성장한 풀무원은 그 기술력을 기반으로 냉동만두와 냉동면 시장에서도 선전하고 있다.국내 냉동만두 시장은 연 5000억원대다. 이 시장에서 CJ제일제당은 비비고 만두로 약 45%를 점유하고 있다. 풀무원은 지난해까지 해태, 동원F&B에 이어 4위였다. 압도적 1위인 비비고가 신제품을 내놓으면 나머지는 ‘미투 제품’으로 따라 하는 방식이었다.
(10) 풀무원 냉동식품
호떡만두 이어 얇은피꽉찬속 만두까지 잇달아 대박
풀무원은 올해 냉동만두 시장 2위로 치고 올라왔다. 지난해 출시한 ‘호떡만두’에 이어 올 상반기 내놓은 ‘얇은피꽉찬속 만두’가 잇따라 히트 상품으로 떠오른 결과다.
풀무원은 ‘똑같은 제품으로는 승산이 없다’는 걸 원칙으로 삼았다. 1등 비비고 왕교자에 없는 제품을 생산하는 데 집중했다. 지난해 중국 딤섬을 벤치마킹한 육즙듬뿍만두와 새우듬뿍만두를 내놨고, 부산 씨앗호떡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각종 호떡만두를 출시했다. 특히 호떡만두는 지난해 4분기 약 600억원대 국내 군만두 시장에서 점유율 34.8%로 1위를 차지했다. 군만두 제품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64.5% 급증했기 때문이다.
겨울 만두 시장에서 풀무원의 호떡만두가 인기를 끌자 이번엔 CJ제일제당이 비슷한 호떡만두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풀무원은 봄부터 가을에 이르는 기간엔 얇은피 만두로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 3월 출시한 얇은피꽉찬속 만두의 피 두께는 0.7㎜로, 기존 냉동만두 피 두께(1.5㎜)의 절반 수준이다.
풀무원은 얇은 피의 교자 만두를 만들기 위해 약 1년6개월간 테스트를 거쳤다. 기계를 개발하는 데만 6개월이 넘게 걸렸다. 0.3㎜부터 실험해 0.7㎜에서 최적의 식감을 찾았다. 풀무원 관계자는 “처음에는 만두소가 보일 정도로 피의 두께가 얇아지면 생산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전국 모든 만두공장에서 왔다”며 “제조 과정에서 찢어지고 기계에 붙는 과정을 수없이 거치면서 지금의 얇은 피 만두가 탄생했다”고 설명했다.얇은피꽉찬속 만두는 매달 평균 100만 봉지 이상 판매되고 있다. 올 상반기 냉동 만두시장 점유율은 15.2%를 기록했다. 올해 1000만 봉지 판매를 예상하고 있다. 홍세희 풀무원 신선레디밀 연구원은 “포항 이가손만두, 부산 진구의 양가손만두 등 얇은 피 만두의 명가들을 찾아다니며 최적화된 만두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며 “기존의 가장 얇은 피 만두와 비교해도 20% 더 얇다”고 말했다.
국내 생면 시장을 개척한 풀무원은 냉면HMR 분야에서도 남다른 제면기술을 갖고 있다. ‘순메밀 냉면 2종’은 이런 기술력이 바탕이 됐다.
풀무원은 HMR 제품으로는 처음으로 100% 순메밀 냉면을 개발했다. 냉면의 주재료인 메밀은 밀가루에 비해 탄력이 떨어진다. 냉면HMR 제품 대부분의 메밀 함량이 5~10% 정도인 이유다. 냉면 전문점에서도 100% 메밀로 제면하기 어렵다. 풀무원은 반죽 공법 혁신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두 개의 반죽 기계가 일정한 압력과 속도로 반죽을 치대 찰기를 유지하고 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