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고개 든 '리세션 공포'…"시장 벤치마크, 사실상 역전"

2년 만기 미국채, 장중 1.665%까지 올라
10년물과 금리차 불과 2bp~3bp
"시장의 벤치마크, 사실상 역전" 분석까지
미국이 내달 1일부터 특정 중국산 제품(3000억 달러 규모)에 대해 '10% 관세'를 부과하려던 시점을 3개월가량 늦추기로 하면서 중국과 무역갈등이 다소 해소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글로벌 투자심리는 여전히 냉각기다. 시장의 리세션(경기침체) 벤치마크인 10년 만기 미국 국채금리와 2년물 금리차가 역전을 목전에 두고 있어서다. '리세션 공포'가 고개를 든 것이다. ◆ 미 국채 2년물, 장중 1.665%까지 올라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간밤 미국 채권시장에서 2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장중 1.665%까지 상승, 10년물 금리(1.685%)와 비교해 불과 0.02%포인트(2bp) 격차로 근접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리세션 벤치마크로 알려져 있는 10년물과 3개월물 금리는 이미 역전된 상태다. 상황이 이렇자 증시전문가들은 "10년물과 2년물 금리차가 2bp~3bp에 불과해 사실상 역전이 눈앞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만기 10년짜리 국채 금리는 2년짜리보다 당연히 높아야 한다. 장기채인 만큼 단기채보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돈을 빌려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단기채 금리가 장기채보다 높아질 수 있는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당장 소강 상태로 들어섰다고 해도 중장기적으로 경기침체 우려가 번져있다는 것이다. 10년물과 2년물 금리차를 시장이 가장 예민하게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금리차가 역전되는 순간 리세션 공포는 증시를 짓누를 수 있다.

◆ 홍콩과 아르헨티나까지 번진 '지정학적 리스크'글로벌 경제 여건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의 피로감에다 일본의 보복성 수출 규제 그리고 홍콩의 민주화 시위가 심각한 리스크 요인으로 등장했다. 아르헨티나는 좌파 대선후보가 첫 번째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주가가 30%가량 폭락해 자본유출까지 예상되고 있다.

홍콩의 경우 이른바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공항점거 사태까지 불거진 가운데 중국의 무력진압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SNS(트위터)를 통해 "중국 정부가 홍콩의 시위 진압 등을 위해 병력을 접경지역으로 이동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유럽연합(EU)도 날로 격화하는 홍콩 시위에 대해 "모든 당사자가 폭력을 자제하고 포괄적인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르헨티나의 금융시장은 좌파 정권의 귀환 가능성에 패닉(공포) 반응을 보이고 있고, 달러 대비 페소화의 가치도 장중 한때 30%가량 내려가기도 했다. 일각에선 아르헨티나가 향후 5년내 디폴트(채무상환불이행)에 처할 가능성을 75% 수준까지 내다보고 있다.

◆ 금값, 6년 만에 최고치…엔화, 7개월래 최고치

'리세션 공포'는 안전자산의 몸값을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국제 금값은 6년 만에 가장 비싼 가격대로 치솟았고, 일본의 엔화 역시 올해 들어서 최고점에 머물러 있다.

13일(미국 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금값은 전날보다 온스당 0.2%(3.10달러) 내린 1514.1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금 가격이 온스당 1500달러를 넘어선 것은 2013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이다.

금 가격은 올해만 18%가량 수익률을 기록 중인데 전년 동기 대비로는 약 24% 높은 수준이다. 경기침체 신호가 켜진 데다 Fed의 기준금리 인하(통화정책 완화)까지 진행되고 있어 올해 금 가격은 더욱 오를 것이란 분석이 많다.
달러 대비 금값 / 사진 = NH투자증권 제공
황병진 NH투자증권 원자재 담당 애널리스트(분석가)는 '마이너스 금리 채권보다 금이 낫다'는 보고서를 내고 "일본, 독일 등 다수 선진국 국채에서 마이너스(-) 금리가 출현한 2016년부터 금은 안전자산 내 우선순위 자산"이라며 "특히 글로벌 통화정책이 느슨해지는 건 선진국 중심의 마이너스 금리 채권 규모가 확대되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2016년 이후 글로벌 마이너스 금리 채권 규모와 동일한 방향성을 갖게 된 금 가격의 상승세가 지속될 수 있다는 게 황 애널리스트의 판단이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