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지속되는 한일갈등 외교해법 모색 바람직하다

한일 갈등 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이 지속하는 흐름이다.

한국 외교부의 대표적 일본통인 조세영 1차관이 아키바 다케오(秋葉剛男)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과 광복절 직후 제3국에서 회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지난달에도 두 차례 고위급 특사를 파견하여 일본 측 고위 인사를 만나게 한 바 있다.

한국 정부가 일본을 백색국가(수출절차우대국) 명단에서 제외하는 맞대응을 하는 등 양국이 겉으로는 대결을 피하지 않는 모습이지만 외교해법 모색은 이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과거사 불만에 경제보복 카드를 꺼내든 일본의 근본적 태도 변화가 전제돼야 갈등이 풀리겠으나 이와 같은 시도는 바람직하다고 평가한다. 문제는 여태껏 일본이 한국 정부가 내미는 손을 잡으려는 조짐을 뚜렷하게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본은 앞서 한일 양국 수출통제 제도의 국제기구 검증 제안, 산업통상자원부-일본 경제산업성 담당 국장 간 협의 요청,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서 수석대표 간 일대일 대화 제안,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장관회담 제안에 응하지 않았다.

추가적 상황 악화 행동을 삼가고 외교적 합의 도출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는 것이 어떠냐는 미국의 제안을 걷어찬 쪽도 일본이었다. 그런 만큼 오는 차관회담이 허심탄회한 의견 교환의 장이 되어 일본의 기류 변화를 촉진하는 계기로 활용되길 기대한다.

외교가에선 이 회담이 당장 돌파구를 마련하긴 어려울 거로 전망한다.

양국의 현실 인식과 해법이 워낙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첫술에 배부를 순 없다.

인내심을 가지고서 대화하고 설득하는 작업을 포기해선 안 된다.

조 차관은 회담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이른바 '1+1'(한·일 기업 공동기금 조성)안의 취지를 설명하며 이를 토대로 해법을 찾자고 말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10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이 경제보복의 직접 계기였다는 점에서 한일 양국이 어떤 형태로는 배상 해법을 합의하는 것은 대타결의 관건이자 출발점으로 보인다.

결국 이 고리를 풀면서 경제보복 조처 철회 등 여타 이슈를 포괄적으로 해소해야 한다.

일본은 지난 6월 이 1+1안을 수용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부는 최대한 우리 입장을 관철하려고 공들이되 합리적 선에서 타협할 여지가 있는지 따져봐야 할 것이다.

피해자들의 이해와 동의를 구하고 경우에 따라 설득까지 하는 것은 필수다.

확전을 피하며 대화를 추구하는 건 국제사회에서 우호 여론을 조성하고 일본과의 협상에서 나은 명분을 갖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그러나 국민의 결속과 안보 능력 등 총체적 국력이 뒷받침돼야 외교가 가능하므로 자강론을 되새기며 대일 경계를 유지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일본 소재와 부품에 지나치게 의존하여 외부환경 변화에 쉽게 휘둘리게 되는 종속성 탈피 노력도 게을리해선 안 된다. 일본이 최근 화이트리스트 배제 때 개별허가 품목을 추가하지 않았고, 개별허가 품목으로 묶은 포토레지스트 수출을 허가했으나 수출통제를 무기 삼아 자기들 뜻대로 한국을 움직이려는 태도는 여전하기 때문에 더 그렇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