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미국법인, 임원 연쇄 사직·경영진 개편에 '술렁'

캐나다 AI 전문가도 입사 몇달만에 LG전자 연구소로 '이직'
올들어 삼성전자 미국법인의 임원들이 줄줄이 사퇴하면서 조직이 술렁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미국 기업에서 전문경영인의 '거취 변화'는 잦은 일이지만 최근 팀 백스터 전 대표의 퇴진을 전후로 사직이 잇따른 데다 대규모 임원진 개편까지 이뤄지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5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 미국법인의 데이비드 류 최고의료책임자(CMO)가 최근 사직서를 내고 마이크로소프트(MS)의 CMO 겸 글로벌 헬스케어 사업 담당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미시간대에서 컴퓨터과학·분자생물학을 전공한 류 교수는 스탠퍼드의과대 교수 등을 지낸 의학 전문가로, 6년 전 삼성전자에 영입돼 가상현실(VR) 등 IT 기술을 보건·의료 분야에 접목하는 프로젝트에 주로 참여했다.지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18'에서 헬스케어 사업의 미래를 주제로 한 토론에 참석해 주목받기도 했다.

앞서 올해 초에는 북미법인의 '넘버3'으로 꼽힌 마크 매튜 최고마케팅책임자(CMO)와 제이 알트슐러 글로벌 미디어 전략·구매 담당 등도 잇따라 사표를 내고 삼성을 떠났다.

또 6월에는 팀 백스터 북미사업 총괄 대표 겸 최고경영자(CE0)가 13년간의 '삼성맨' 생활을 접고 퇴임하면서 조직 개편을 예고했었다.실제로 백스터 사장의 퇴진 이후 엄영훈 총괄대표(부사장) 체제로 전환하면서 임원진이 대거 재편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미국법인 웹사이트의 임원 소개란에는 엄 부사장을 비롯해 최방섭(모바일 사업), 존 헤링턴(가전), 조셉 스틴지아노(소비자사업) 등 기존 임원진 외에 타헤르 베베하니(모바일B2B), 미셸 크로산-매토스(전략·혁신), 존 고드프리(공공정책), 마이클 로더(고객관리), 데이비드 스틸(총무) 등이 추가됐고, 일부는 삭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에는 삼성전자 캐나다 인공지능(AI)센터 연구원으로 근무하던 대런 그레이엄 박사가 LG전자의 토론토 AI 연구소장으로 이직했다.토론토에 있는 세계적인 AI 연구기관 '벡터연구소'의 창립멤버인 그레이엄 박사는 삼성전자에서 근무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다른 한국 기업으로 이직하면서 '뒷말'을 낳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북미지역 임원들의 잇단 사퇴와 관련해 명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면서도 "올초 미국법인에 대한 내부 감사에서 비위가 적발되는 등 전반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