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홍콩 증시…8월 IPO 단 한 곳뿐

시위 여파에 거래 크게 줄어
7월 IPO 15개 그쳐 '반토막'
"증권업 일자리 10% 감소 우려"
미·중 무역전쟁과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일명 송환법) 반대 시위가 격화하면서 홍콩 주식시장이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이달 들어 홍콩 증시에서 기업공개(IPO)에 나서는 기업은 단 한 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5일 보도했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홍콩 증시에서 IPO를 한 기업은 88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분의 1가량 줄었다. 이들 기업이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 규모도 작년 동기 대비 55.9% 감소한 108억2000만달러(약 13조1500억원)에 그쳤다.지난달 홍콩 증시에 IPO를 한 기업은 15개로 전년 동기 대비 반 토막 났다. 이들 기업의 자금 조달액은 16억5000만달러로 작년 7월보다 57% 줄었다. 지난 6월엔 총 110억5000만달러 규모의 3개 기업 상장이 연기되기도 했다. 중국 회계법인 BDO의 클레멘트 찬 캄 윙 이사는 “이달 들어 IPO를 신청한 기업은 한 곳뿐”이라며 “8개 기업은 홍콩증권거래소 상장위원회의 승인을 받았지만 비관적인 시장 심리 탓에 상장 절차를 진행하려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주식 거래량도 크게 줄어들면서 홍콩 증권업계엔 감원 한파가 불고 있다. 송환법 반대 시위가 시작된 지난 6월 홍콩 증시 거래량은 작년 같은 달보다 24% 감소했다. 지난달에도 전년 동월 대비 23% 줄었다. 홍콩 증시의 주식 거래 수수료율이 0.1%인 것을 감안하면 6~7월 증권업계의 총 수수료 수입은 작년 동기에 비해 4000만홍콩달러(약 62억원)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

홍콩 증권업계에선 허가받은 2만7327명의 트레이더와 594개 회사가 활동하고 있다. 홍콩주식중개인협회는 지금과 같은 증시 부진이 계속되면 증권업계 일자리가 최소 10% 정도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 관계자는 “수입이 감소한 증권사들은 감원을 택할 수밖에 없다”며 “이미 직원의 10%를 줄인 증권사도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선 시위 사태가 연말까지 이어지면 감원 규모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홍콩 대표 주가지수인 항셍지수는 이달 들어서만 10% 넘게 하락했다. 시위대 점거 사태로 홍콩국제공항이 폐쇄된 지난 13일엔 2.10% 떨어지며 올 1월 초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