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위기·기후 변화, 설치미술로 꿰뚫다
입력
수정
지면A28
덴마크 작가그룹 '슈퍼플렉스'덴마크 출신 3인조 작가그룹 ‘슈퍼플렉스(SUPERFLEX)’는 1993년 결성 이래 글로벌 세계와 권력 시스템의 본질을 비판적으로 고찰한 작품들로 명성을 얻어 왔다. 야콥 펭거, 브외른스테르네 크리스티안센, 라스무스 닐슨으로 구성된 이들은 영국 런던 테이트 모던과 사우스 런던 갤러리, 스위스 쿤스트할레 바젤 등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최근 한국과 덴마크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경기 파주 도라산 전망대에 3인용 모듈식 그네 작품 ‘하나 둘 셋 스윙!’을 설치·전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국제갤러리 부산점서 개인전
지난 14일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개막한 슈퍼플렉스 개인전은 이들의 작품 세계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전시다. ‘우리도 꿈속에서는 계획이 있다’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 이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구체적인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들을 내걸었다. 권력과 자본의 본질, 상징성의 허무함 등을 표현한 작품들이다.갤러리 한쪽 벽면을 장식한 ‘파산 은행들(Bankrupt Banks)’은 금융위기 당시 파산을 선언한 은행들 로고를 회화 형태로 그려냈다. 그 반대편에는 2008년 이후 세계 금융권 구조조정 연대기가 기다란 검정 패널 위에 정리돼 있다. 전시장에서 만난 펭거는 “은행들이 잇달아 파산하고 살아남은 은행이 이들을 인수한 뒤 덩치를 키우는 모습을 통해 세계 금융의 흥망성쇠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시장 중앙에 놓인 설치작 ‘나와 연결(Connect With Me)’은 가상화폐 비트코인의 가격 변동을 그래프 형태로 시각화한 작품이다. 크리스티안센은 “은행명과 로고가 들어간 벽면 작품들이 기관이 책임지는 경제를 의미했다면 비트코인을 활용한 작품은 개인이 책임지는 경제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비트코인을 들여다보면 자유경제가 유토피아를 의미할 수 있지만 개인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열망이 모두의 재앙이 돼 돌아오는 과정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슈퍼플렉스는 전시장 입구 벽면에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을 상징하는 푸른 유리조각 작품 3개를 붙여 놨다. 바닥에서 0.98m 높이에 나란히 부착됐다. 크리스티안센은 “해수면 상승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고자 작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10월 27일까지.
부산=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