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또 도진 '멋대로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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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10월 10일까지 자국으로 신규 취항하는 항공편 운항을 전면 금지했다. 중국 민항총국은 “증량 운항편에 대한 엄격한 통제가 필요하다”는 모호한 이유를 대며 지난 13일 이 같은 방침을 한국을 포함한 각국 항공사에 기습 통보했다. 이에 따라 다음달부터 중국 장자제, 옌지, 하얼빈 등으로 신규 취항하려던 대한항공·제주·이스타·티웨이 등 국내 항공사들의 운항도 모두 취소됐다.
항공사들에는 그야말로 날벼락이 따로 없다. 한국과 중국 정부는 지난 3월 항공회담을 통해 인천~장자제 등 9개 노선 신설에 합의했다. 정부는 7개 항공사에 노선을 배분했고 해당 항공사들은 티켓까지 판매했는데 뒤늦게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환불절차에 들어갔다고 한다. 외국 정부나 기업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팽개치는 중국 특유의 ‘멋대로’ 행태가 또다시 도진 것이다.중국이 앞뒤 사정에 대한 소상한 설명 없이 억지 정책을 제멋대로 편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지난 6월엔 베이징 시내 한국 기업 옥외광고판 120여 개가 사전 통보도 없이 하룻밤 새 철거됐다. 한국 옥외광고 기업이 2025년까지 사용권을 갖고 있는 광고판이지만 베이징시 당국은 환경 정비를 이유로 지난해 없애라고 요구하더니 이번에 갑자기 철거에 나섰다고 한다. 중국은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의 일환으로 롯데 등 현지 진출 한국 기업들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고 LG화학, 삼성SDI가 현지 생산한 배터리를 사용한 전기차에는 보조금을 주지 않아 당초 약속과 달리 사실상 판로를 막아왔다.
제대로 된 문명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들이다. 이런 나라가 미국과 대등한 위상을 주장하며 세상을 향해 ‘자유무역 수호’를 떠벌리는 것 자체가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우리 정부 책임도 없지는 않다. 사드보복 등 부당한 조치에 소극적으로 대응해왔던 것부터 그렇다. 더 이상 우리 정부가 입을 닫고 있어서는 안 된다. 황당한 조치가 나올 때마다 따끔하게 문제 제기를 하고 집요하게 시정을 요구해야 한다. 그래야 못된 버릇도 고쳐나갈 수 있다. 미국과 일본을 상대로 꺼내든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카드를 중국에만 못 쓸 이유도 없다.
국제사회는 냉정하다. 아직도 약육강식(弱肉强食)이 지배하는 곳이다. 국익이 침해돼도 침묵하는 나라는 ‘호구’ 신세가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항공사들에는 그야말로 날벼락이 따로 없다. 한국과 중국 정부는 지난 3월 항공회담을 통해 인천~장자제 등 9개 노선 신설에 합의했다. 정부는 7개 항공사에 노선을 배분했고 해당 항공사들은 티켓까지 판매했는데 뒤늦게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환불절차에 들어갔다고 한다. 외국 정부나 기업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팽개치는 중국 특유의 ‘멋대로’ 행태가 또다시 도진 것이다.중국이 앞뒤 사정에 대한 소상한 설명 없이 억지 정책을 제멋대로 편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지난 6월엔 베이징 시내 한국 기업 옥외광고판 120여 개가 사전 통보도 없이 하룻밤 새 철거됐다. 한국 옥외광고 기업이 2025년까지 사용권을 갖고 있는 광고판이지만 베이징시 당국은 환경 정비를 이유로 지난해 없애라고 요구하더니 이번에 갑자기 철거에 나섰다고 한다. 중국은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의 일환으로 롯데 등 현지 진출 한국 기업들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고 LG화학, 삼성SDI가 현지 생산한 배터리를 사용한 전기차에는 보조금을 주지 않아 당초 약속과 달리 사실상 판로를 막아왔다.
제대로 된 문명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들이다. 이런 나라가 미국과 대등한 위상을 주장하며 세상을 향해 ‘자유무역 수호’를 떠벌리는 것 자체가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우리 정부 책임도 없지는 않다. 사드보복 등 부당한 조치에 소극적으로 대응해왔던 것부터 그렇다. 더 이상 우리 정부가 입을 닫고 있어서는 안 된다. 황당한 조치가 나올 때마다 따끔하게 문제 제기를 하고 집요하게 시정을 요구해야 한다. 그래야 못된 버릇도 고쳐나갈 수 있다. 미국과 일본을 상대로 꺼내든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카드를 중국에만 못 쓸 이유도 없다.
국제사회는 냉정하다. 아직도 약육강식(弱肉强食)이 지배하는 곳이다. 국익이 침해돼도 침묵하는 나라는 ‘호구’ 신세가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