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출신 독립운동가 박상진 총사령, 광복절 맞아 재조명

이상헌 민주당 국회의원·우리역사바로세우기운동본부 주관 토론회 개최
이 의원 "박 의사는 독립운동의 기틀 마련했지만, 우리는 잊고 있어"
"독립군 총사령으로 독립운동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우리는 박상진 의사를 잊고 있습니다. "
대한광복회 총사령으로 울산에서 재조명 움직임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고헌(固軒) 박상진(朴尙鎭·1884∼1921년) 의사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국회의원(울산 북구)은 울산에서 출범한 우리역사바로세우기운동본부(상임대표 구광렬 울산대 교수)와 박 의사를 재조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이 의원은 22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박 의사 공적의 재조명을 위한 토론회를 연다. 우리역사바로세우기운동본부는 지난해 출범해 박 의사의 서훈 등급이 공적에 비해 낮아 이를 올리기 위해 시민운동도 전개한 바 있다.

박 의사는 광복 후 1963년 국가로부터 당시 가장 낮은 3등급 독립장을 받았다.

1963년에 제정된 현행 상훈법은 서훈이 한번 확정되면 해당 인물의 공적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달라졌거나 심사과정에서 공적이 과대 혹은 저평가됐더라도 이를 바로 잡을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 없다. 현재 김구·이승만·안창호·안중근 등 30명이 대한민국장(1등급)이고, 신채호·신돌석·이은찬 등 93명은 대통령장(2등급·93명)으로 분류돼 있다.

이상헌 의원실이 소개한 박 의사에 대한 자료에 따르면 박 의사는 의병장 허위 문하에서 혁명적 민족의식을 확립, 판사직을 버리고 항일 무장 투쟁의 기틀을 마련한 대한광복회 초대 총사령이다.

박 의사는 울산의 유학자 집안에서 태어났다. 영남 지역의 명망 있는 유학자로 의병 운동을 일으켰다가 사형당한 허위의 문하에서 수학했고, 1910년 양정의숙을 졸업하면서 신학문도 익혔다.
그는 졸업 후 판사 시험에 합격했지만, 판사 임용을 거절했다.

박 의사는 판사 출신 대한민국 최초 독립운동가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1997년 부산지법이 펴낸 '부산지방법원 100년사'에 소개돼있다.

박 의사에 대한 내용은 이 책의 제1편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전'의 제3장 '일제강점기' 내용 중 제5항 '우리 고장의 역사 속 법조인 고헌 박상진' 부분에 들어 있다.

책에는 '박 의사가 1884년 12월 7일 울산시 북구 송정동에서 출생했고 어려서 신동이라고 소문날 정도로 재주가 뛰어났으며 심성이 착하고 강직했다', '경술년 봄에 한국에서 첫 번째로 시행한 판사시험에 합격해 평양재판소 판사로 발령이 났으나 그는 판사로서의 취임을 거부했다'고 기록돼 있다.
박 의사는 판사 취임을 거부하고 1911년 만주 지역 망명자들을 만나러 갔다.

만주에는 허위의 형인 허겸을 비롯해 이상룡과 김동삼, 손일민, 김대락 등이 망명해 있었다.

이들은 모두 영남 지역 유학자 출신으로 해외 독립운동 기지 설립을 위해 만주로 건너간 인물이다.

귀국한 뒤에는 해외 독립운동 자금을 지원하고 1915년 비밀 결사 조선국권회복단을 조직해 활동했다.

계몽 운동가 중심의 이 단체는 곧 채기중 등이 결성한 옛 의병 운동가 중심의 풍기광복단과 연합해 대한광복회를 조직했다.

박 의사는 이 광복회의 총사령을 맡았다.

광복회 강령은 부호에게서 군자금을 반강제적으로 기부 받아 독립운동 자금으로 사용하고, 만주 지역에서 무장 독립운동을 위한 학교를 세워 운영하며, 해외에서 무기를 구입해 일본인 고관이나 한국인 친일 인물을 수시로 처단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독립운동 자금을 모집하던 중 협조하지 않는 칠곡의 부호 장승원(장직상·장택상의 아버지) 등의 부호들과 친일파를 처단하기도 했다.

1918년 체포되어 사형 선고를 받았다.

만주에 있던 대한광복회 부사령관 김좌진 장군은 박 의사를 구하기 위해 파옥 계획을 세웠으나 시행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이후 변호사 선임 등을 거부하고 대구 형무소에서 처형됐다. 이상헌 의원은 16일 "박 의사는 독립군 총사령으로 독립운동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우리는 잊고 있다"며 "우리나라 국민이 알아야 하는 대표적인 독립운동가로 박 의사를 재조명하기 위한 토론회도 개최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