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갭투자 비율에 따라 춤추는 서울 집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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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금승계 비율 따라 집값도 '출렁'
◆갭투자 비율 따라 움직이는 집값집코노미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국토교통부의 ‘주택매매 자금조달 계획서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 5월 서울에서 보증금을 승계한 주택거래는 3453건으로, 전체(8930건)의 38.7%를 차지했다. 집값 상승률이 정점을 찍던 지난해 9월(61.0%) 대비 20%포인트 이상 낮아진 수준이다. ‘9·13 대책’ 발표 직전이던 9월1일~9월13일까지의 비율(64.3%)과 비교하면 반토막에 가깝다.
보증금승계란 매수자가 거래가격에서 보증금을 뺀 만큼의 돈만 매도자에게 건넸다는 의미다. 예컨대 5억원짜리 아파트의 전셋값이 4억원이라면 매수자는 보증금을 승계하면서 차액인 1억원만 매도자에게 주면 된다.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3억원 이상의 집을 살 땐 시·군·구청에 반드시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이때 보증금승계 여부도 신고해야 한다. 향후 입주 여부와 관계없이 보증금을 승계하는 거래 자체가 통상적으로 말하는 갭투자다.
보증금을 승계한 거래의 비율은 집값과 밀접한 관계를 보였다. 보증금승계 비율이 60%를 웃돌던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각각 1.34%와 1.39%를 기록했다. 이 비율이 50%를 밑돌던 4~7월엔 집값 상승률도 0.2~0.3% 내외로 움직였다. 그러다 지난해 9월 보증금 승계 비율이 다시 61.0%로 치솟자 집값 상승률도 1.84%로 뛰었다. 승계 거래가 30% 안팎이던 올 1~5월엔 집값이 마이너스 변동률을 나타냈다.
◆다시 오르는 서울 집값…또 갭투자?부동산 전문가들은 올여름 들어 강남을 중심으로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이 상승 반전하자 다시 갭투자가 늘어나는 중이라고 보고 있다. 일각에선 전세자금대출이 갭투자 유동성의 원천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세대출 활성화로 세입자의 보증금 마련이 쉬워진 만큼 갭투자자가 따로 대출을 일으키지 않더라도 투자하기 좋은 여건이 만들어진다는 주장이다.
전세대출 증가세와 갭투자의 연관성을 낮게 보는 시각도 있다. 유주택자의 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이 막힌 상황에선 전세대출 증가가 두드러져 보일 수밖에 없어서다. 고제헌 주택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세대출로 인한 유동성 과잉이 시장을 교란한다면 매매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해야 하지만 현재는 예년보다 거래가 많지 않다”며 “부작용을 우려해 전세대출마저 조이게 된다면 오히려 실수요자들의 주거비 부담이 늘어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