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민준영·박종성 직지원정대원, 고향 청주로 돌아와 영면

산악인·동료·가족·시민 등 100여명 청주고인쇄박물관에서 추모식
문재인 대통령 SNS에 "두 대원 가족 품에서 따뜻하게 잠들기 바란다"

"마지막 명령이다.이제 가족의 품에서 편안히 쉬면서 10년의 긴 등반을 마무리하라"
박연수 전 직지원정대 대장이 17일 오전 청주시 흥덕구 고인쇄박물관에 마련된 추모 조형물 앞에서 울먹이며 말했다.
10년 전 히말라야산 안나푸르나 히운출리(해발 6천441m) 북벽 아래에서 실종됐던 직지원정대 소속 고(故) 민준영(당시 36세)·박종성(당시 42세) 대원의 유골이 이날 고향 청주에 도착했다.

두 대원의 가족, 직지원정대·충북산악회 관계자, 각계각층 인사 및 시민 등 100여명이 이들을 위한 추모식에 참석해 애도를 표했다.네팔 포카라 병원에서 두 대원의 신원을 확인하고 함께 고국으로 돌아온 박 전 대장은 "두 대원이 빙하 속에서 10년 동안 함께 있었던 것으로 네팔 현지 경찰이 설명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빙하가 녹으면서 두 대원 시신이 미끄러져 산 아래로 이동하게 됐고, 현지 주민이 이를 발견했는데 조금만 늦었다면 금방 훼손돼 고국으로 영영 돌아오지 못했을 것 같다"며 울먹였다.
직지원정대는 2006년 충북산악구조대원을 중심으로 해외원정등반을 통해 현존하는 금속활자 인쇄본 중 가장 오래된 직지를 전 세계에 알리고자 결성된 등반대다.고인들은 2009년 9월 직지원정대의 일원으로 히운출리 북벽의 신루트인 '직지 루트' 개척에 나섰다가 그달 25일 오전 5시 30분 해발 5천400m 지점에서 베이스캠프와 마지막으로 교신하고 난 뒤 실종됐다.

직지원정대는 실종 1년여 전인 2008년 6월 히말라야 6천235m급 무명봉에 올라 히말라야에서는 유일하게 한글 이름을 가진 '직지봉'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같은 해 7월 27일 이 봉우리의 이름을 직지봉으로 승인했다.박 전 대장과 유가족들은 지난 12일 출국해 네팔 현지에서 두 대원의 시신 신원 확인을 마쳤다.

이후 지난 15일(현지시간) 카트만두 소얌부나트 사원 화장터에서 네팔 전통방식으로 이들 시신을 화장했다.

두 대원은 유골은 1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고국으로 돌아왔다.

고(故) 박종성 대원의 형 종훈씨는 "우리 가족은 오늘 정말 반갑고 기쁜 만남을 이뤘다"며 "기약 없는 기다림 끝에 행복한 만남을 할 수 있게 도와준 모든 분께 감사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고 민준영 대원의 동생 규형씨는 "참 긴 등반이었고, 10년간 기다리면서 힘들었는데 기적적으로 형이 돌아와서 기쁘다"면서 감사의 뜻을 표했다.
직지원정대와 충북산악구조대는 10년 만에 돌아온 고 민준영·박종성 대원의 유골함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추모 조형물은 높이 1.2m, 길이 1.8m 크기의 자연석으로 직지봉과 히운출리 북벽을 본떠 제작됐다.

박연수 전 대장은 조형물을 손으로 가리키며 두 대원이 실종된 장소를 취재진에게 설명하기도 했다.

시민들은 노란색 리본에 두 대원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어 조형물 옆에 설치된 로프에 매달았다.
박·민 두 대원의 유골은 가덕면 성요셉공원과 남이면 선산에 각각 안장된다.

한범덕 청주시장, 도종환(청주 흥덕) 민주당 의원 등 지역 정치인들도 추모식장을 찾아 헌화했다.

도 의원은 "돌아와 주기를 바란 가족과 청주시민의 염원이 정말 컸기 때문에 기적이 일어났다고 생각한다"며 "두 대원이 보여준 도전과 개척 정신을 기억하며 살겠다"고 밝혔다.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SNS에 남긴 글에서 "유가족과 동료들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하며 두 대원이 가족의 품에서 따뜻하게 잠들기를 바란다"며 고인들을 추모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