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여행'의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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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향기기후 변화와 함께 인간의 삶을 위협하는 또 다른 문제는 쓰레기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생태계를 뒤흔든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분해되는 데 500년 이상 걸린다는 플라스틱이 엄청난 속도로 쌓여가는 쓰레기의 주범이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에서도 생활 속 쓰레기를 분류하는 가정의 분리배출 함에서 유독 플라스틱 함은 항상 넘쳐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여향 시론 - 강옥희 한국관광공사 경영혁신본부장
여행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그 지역에서 일정 부분 생활하는 것이기에, 여행하면서 발생하는 쓰레기도 문제다. 외지인이 배출한 생활 속 쓰레기를 더 이상 감당하지 못하던 필리핀 보라카이는 관광객 수를 제한하기 시작했고, 인도네시아 발리섬은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규제 조치를 내렸으며, 유럽의 베네치아 바르셀로나 암스테르담 등도 관광세를 부과하기에 이르렀다.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청정 제주도는 연간 1500만 명에 육박하는 관광객이 버리는 쓰레기 처리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전국의 쓰레기산은 200곳을 넘어섰다. 급기야 지난 3월엔 미국 CNN에서 경북 의성의 쓰레기산 영상과 함께 한국인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이 세계 최대인 132㎏에 달한다는 뉴스를 내보냈다. 환경 보호나 후세에 더 나은 환경을 물려준다는 거창한 생각이 별로 없는 사람들마저도 이젠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관광공사는 관광객 유치 못지않게 이를 중요한 문제로 인식해, 쓰레기 발생을 최소화하는 여행문화 확산을 위해 최근 20명의 시민 참가자들과 함께 ‘친환경 여행단’을 꾸렸다. 그간 사회공헌 활동의 하나로 쓰레기를 치우는 행사는 많았어도, 쓰레기를 억제하는 여행은 첫 시도였다. 여행을 하면서 국민 아이디어 공모를 통해 선택된 다양한 방법을 실천해 본 이번 친환경 행사의 내용을 소개해 본다.
여행 중 일회용 물품을 아예 쓰지 않고자 손수건, 텀블러, 다회용 용기, 수저와 포크 등을 지참했다. 화장실에서 손을 씻은 뒤 자신의 수건으로 닦고, 카페에선 텀블러를 이용해 음료를 마셨다. 또 식당에서는 일회용 수저 대신 자신들의 수저를 이용했고, 미리 알맞은 양을 주문해 잔반을 없애는 ‘클린 테이블’을 실천했으며, 플라스틱 배출이 어마어마한 야시장에선 다회용 용기에 음식을 담았다. 결과는 놀라웠다. 이들 20명이 1박2일간 배출한 쓰레기는 20L 봉투 3분의 1에 불과했다. 우리가 약간의 불편을 통해 줄일 수 있는 쓰레기는 예상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을 체감한 여행이었다.
환경은 모두가 공평하게 나누는 공유자산이기에, 공유자산 관리엔 모두가 나서야 한다. 그 심각성으로 인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여행을 하면서 방문한 지역의 환경을 아끼는 마음과 이를 실천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그래야만 국민 10명 중 9명의 국내 여행, 3억1000만 회의 국내 여행 횟수에 걸맞은 여행이 지속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른바 ‘공유지의 비극’을 맞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실천이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