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더 불투명해진 고교 무상교육 재원

2025년 이후 재원조달 방법 없어
교육부-교육청 협력은 더 멀어져
국회도 재원조달 논의는 뒷전

정의진 지식사회부 기자 justjin@hankyung.com
“혹시 무언가 획기적인 방법이 담겨 있을까….”

교육부가 2학기 시작을 앞두고 고등학교 무상교육을 시행한다고 18일 발표했을 때 가장 궁금했던 것은 재원 마련 방법이었다. 올해 고3 학생을 시작으로 2021년 고등학교 전 학년까지 무상교육 대상을 확대한다는 교육부의 이날 발표 내용은 새로운 뉴스는 아니었다. 지난 4월 9일 당·정·청 협의에서 확정한 내용을 다시 언급한 것이다. 당시에도 언론에서 가장 우려했던 부분은 2025년 이후의 무상교육 시행을 위한 재원 마련 방법이 없다는 점이었다. 4개월이 지난 이날 교육부가 같은 내용을 발표했지만, 결국 재원 확보 관련 내용도 달라지지 않았다.이날 발표엔 장기적 재원 확보 방안이 빠져 있었다. 교육부는 올해 무상교육을 위한 재원은 일선 시·도교육청이 모두 부담하고, 내년부터 2024년까지는 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이 절반씩 부담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로 지적된 2025년 이후의 고교 무상교육 시행 예산과 관련해선 “정책연구 및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거쳐 마련할 예정”이라고만 했다. 매년 2조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정책을 당장 보름 뒤에 시행한다고 발표해놓고 아직도 구체적인 방법을 마련하지 않은 것이다. 고교 무상교육은 대통령 국정과제이자 대선공약이니 “우선 올해 어떻게든 시행해놓고 정책의 지속 가능성 문제는 나중에 해결하겠다는 태도”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4개월 사이 고교 무상교육 재원 마련은 오히려 더 불투명해졌다. 7~8월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재지정 평가를 거치면서 시·도교육청과 교육부 사이의 협력관계에 균열이 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지난 7월 상산고에 대한 전북교육청의 자사고 지정 취소 요청에 부동의 결정을 내렸다. 이에 전북교육청은 “교육부는 중요한 신뢰 파트너를 잃었다는 점을 깨닫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공교롭게도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지난 7일 협의회 임시총회에서도 “교육부와 시도교육감협의회의 관계 재정립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계에선 교육청 입장에서 1조원 가까이 예산이 들어가는 고교 무상교육을 두고 교육부와의 지속적인 협력이 난관에 부딪혔다는 평가가 나왔다.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학생과 학부모다. 교육청의 협조가 없으면 당장 내년부터 고교 무상교육 시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교육현장에서의 불안감은 여전히 크다. 국회도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무상교육을 고3부터 시행하는 점을 두고 총선용 전략이 아니냐는 당리당략에 치우친 공방을 주고받는 사이 안정적 재원 조달을 위한 논의는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