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북부 아르한겔스크주의 군사훈련장에서 발생한 신형 미사일 엔진 폭발 사고로 방사성 물질이 유출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 사고로 인한 부상자들을 치료한 의사 가운데 1명에게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또 사고 부상자들을 처음 치료한 현지 민간 병원 의사들은 사전에 환자들이 방사능에 노출됐을 수 있다는 경고를 전혀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모스크바에서 발행되는 영자지 '모스코우 타임스'(The Moscow Times)는 16일 자 기사에서 폭발 사고 부상자들이 치료를 받은 아르한겔스크 지역 병원 관계자들을 인용해 "모스크바로 가서 검사를 받은 병원 의사 가운데 1명의 근육 조직에서 우라늄 235의 핵분열 과정에서 나오는 방사성 동위원소인 세슘 137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당국은 사고 직후 부상자 후송과 치료에 관여한 현지 의료 관계자 약 60명에게 모스크바의 전문기관으로 가 방사선 피폭 여부에 대한 검사를 받을 것을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일부 관계자들은 실제로 모스크바로 가서 검사를 받았고 일부는 현지로 내려온 전문가들로부터 검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문은 "사고 당일인 지난 8일 오후 4시 30분께 3명의 환자가 알몸 상태로 반투명 비닐백에 싸인 채 병원에 도착했었다"면서 "의사들은 뭔가 심각한 일이 일어났다고 직감했지만, 그들이 들은 것은 인근 군기지에서 정오께 폭발이 있었다는 것이 전부였다"고 전했다.
방사능 전문가들은 당초 병원으로 실려 왔던 환자들이 피부에 상당량의 방사성 동위원소를 묻혀 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환자들이 방사능에 오염됐음을 미리 알고 그들을 잘 씻겼으면 의사들이 세슘-137에 노출되지 않았을 수도 있는데 그렇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부상자들을 치료했던 병원의 한 의사는 "병원 지도부, 보건부 관리, 지역 정부 관리, 주지사 등 누구도 환자들이 방사능에 노출됐다는 얘길 하지 않았다"면서 "의료진은 의심했지만 누구도 그들에게 자기 보호 조치를 취하라는 얘길 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오히려 환자들을 직접 치료했던 의사들은 이후 치료 내용에 대해 일절 발설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쓰도록 보안당국에 의해 요구받았다고 병원 관계자는 전했다. 보안요원들이 병원을 찾아와 사고와 관련한 기록을 모두 찾아내 삭제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앞서 지난 8일 아르한겔스크주 세베로드빈스크 지역 '뇨녹사' 훈련장에서 러시아 국방부와 원자력공사(로스아톰)가 함께 시험하던 신형 미사일 엔진이 폭발했다.
이 사고로 국방부 직원과 로스아톰 소속 과학자 등 7명이 사망하고 또 다른 군인 3명과 로스아톰 직원 3명 등 6명은 다양한 수준의 부상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러시아 정부는 사고 발생 후에도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사건을 덮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샀다.
러시아 '기상환경감시청'은 뒤늦게 미사일 엔진 폭발로 사고 당일인 8일 정오께 인근 도시 세베로드빈스크의 방사능 수준이 평소의 16배까지 올라갔다고 밝혔다. 서방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신형 핵추진 순항미사일 '9M730 부레베스트닉'(나토명 SSC-X-9 스카이폴)을 시험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