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맞는 황교안號…집토끼는 모았지만 산토끼 잡기 '물음표'

당 장악하며 野정치인 변모…당직 인선·말실수·대안부재로 리더십 흔들에 지지율↓
반전 카드 있을지 촉각…추석 전후 '보수대통합' 구상 제시 가능성도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27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잡은 지 오는 27일로 6개월을 맞는다.박근혜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 국무총리에 이어 탄핵 국면에서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지냈지만, 여의도 정치권 경력은 전무한 정치신인인 탓에 지난 6개월간 황교안호(號)가 직면한 파고는 높았다.
◇ 취임 100일…"당 장악·보수 결집" 평가
황 대표는 취임 직후 4·3 보궐선거,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국면에서의 민생투쟁 대장정 등을 진두지휘하면서 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웠다.

대규모 장외집회 무대 위에 올라 대정부 규탄 구호를 외치는 등 야당 정치인으로 변모한 모습을 보였다.이 과정에서 지난 2017년 대선과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의 연이은 패배로 침체된 당에 활기를 불어 넣고, 전통적인 보수 지지층 결집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당 지지율도 한때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최고치를 찍고 더불어민주당과의 격차는 오차 범위 내로 좁혀지기도 했다.

보수층이 선호하는 안정감 있는 이미지와 함께 정치신인에 대한 기대감까지 더해져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황 대표가 여야 정치인을 통틀어 선두를 달리기도 했다.취임 후 100일까지만 해도 당내에서는 황 대표가 무난히 당 장악에 성공해 내년 4월 총선까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 취임 100일 이후 한계 노출도…지지율 하락
거침없어 보였던 황교안 대표 체제는 취임 100일을 지나면서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당 일각에서는 황 대표가 단행한 주요 당직 인선을 둘러싸고 '친박(친박근혜)계와 영남권에 치우쳤다', '황 대표가 인의 장막에 둘러싸였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황 대표의 외국인 노동자 임금 차별 발언 및 아들 스펙 발언을 둘러싼 논란, 황 대표가 참석한 여성 당원 행사에서의 엉덩이춤 사건 등이 며칠 새 악재가 '3연타'로 몰아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황 대표가 논란을 수습할 리더십과 위기관리 능력을 보이지 못한 채 정치초년생의 한계를 노출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그동안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던 계파 갈등이 국회직과 당직 인사를 계기로 불거져 나왔다.

국회 국토교통위 위원장과 예산결산특위 위원장 등을 둘러싼 '밥그릇 싸움'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한 황 대표가 취임 일성으로 제시한 '문재인 정권에 맞선 치열한 전투', '정책정당·민생정당·미래정당', '자유우파 대통합', '계파를 초월한 외연확장' 등에서의 성과는 지지부진했다.

'반문'(반문재인) 깃발을 높이 치켜들었지만 제1야당만의 창의적인 대안 마련에는 실패했다.

정부·여당의 '발목 잡는 야당' 프레임에 얽혀 들어가 포스트 패스트트랙 정국 주도권도 빼앗긴 형국이다.

지방 민생현장 방문 일정에 지나치게 무게중심을 두면서 중앙 무대에서 보수통합과 새 피 수혈을 위한 정치력을 발휘할 공간이 적어졌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 과정에서 황 대표 개인은 물론 당 지지율도 박스권에서 머물다 하락세로 돌아선 모양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1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부의 잘못에 대한 반응은 보이고 있지만 정부에 실망한 국민들을 설득할 메시지는 보이지 않는다"며 "친황(친황교안) 체제를 구축해 정부의 잘못에 따른 반사이익만을 기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든다"고 말했다.
◇ 추석 전후 반등 가능할까…"보수통합이 관건"
한국당 당 대표의 임기는 당헌상 2년으로, 내년 4월 총선은 황 대표의 진두지휘 하에 치러진다.

다만 총선을 8개월 앞둔 현시점에서 수도권·충청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위기의식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당장 오는 27∼28일 열리는 의원 연찬회에서 황 대표를 향해 '이대로는 안 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따라서 황 대표로서는 '총선 필승'의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를 위해 황 대표가 이번 추석을 전후로 보수 대통합 구상을 내놓으며 반전을 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황 대표는 광복절을 하루 앞둔 지난 14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자유 우파의 통합이 반드시 필요하다.

꼭 해내겠다"며 "상세한 내용은 다음에 다시 말하겠다"고 한 바 있다.

실제 한국당 내에서는 잠룡으로 꼽히는 당내 유력 인사는 물론,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과 안철수 전 의원, 원희룡 제주지사까지 포함해 '보수 빅텐트'를 쳐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중도우파로의 외연 확장이 필수이며, '보수 빅텐트'기 그 첫걸음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당이 친박·영남 중심의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는다면 보수통합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황 대표가 보수 통합의 고차 방정식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된다.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중도·개혁 보수의 산토끼를 잡으려면 한국당이 보수진영 인재들을 총망라한 '방탄소년단'이 돼야 한다"며 "지금처럼 영남 지지층의 목소리만 듣다가는 수도권 선거는 필패"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