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강세 장기화에 美기업·원자재·신흥국 압박 확대

상대적 경기호조에 달러가치 작년 저점보다 11% 상승
美 기업이익 감소, 기름값 상승, 신흥국 외자탈출·부채증가 우려
미국 달러화 강세 현상이 장기화하면서 미국 기업의 실적과 국제 원자재 가격, 신흥국 금융시장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달러 가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와 미중 무역전쟁 리스크에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반영한 ICE 달러 인덱스는 이날 98.206으로 2년여만에 최고 수준에 근접했으며 작년 저점보다 11% 가까이 상승했다.

이는 미국 경제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호조를 보이기 때문이다. 도이체방크의 수석 국제전략가 앨런 러스킨은 "미국의 경제성장에는 특출할 것이 없으나 세계 다른 나라들과 비교했을 때는 여전히 매우 특출한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의 통화에 비해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현상은 미국에도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다.

달러 강세는 수입품 가격을 낮춰 미국 수입 기업이나 미국 소비자들이 외국 수입품을 살 때는 이득이지만, 반대로 수출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 하락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이기 때문이다. 금융정보 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에 포함된 미국 기업들의 올해 2분기 미국 내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4% 이상 성장한 데 반해 평균 이익은 1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다국적 기업들도 강달러로 인해 외국에서 벌어들인 돈을 달러로 바꾸는 데 비용이 더 들게 된다.

가격이 달러로 표시되는 원자재도 강달러로 인한 가격 상승을 피할 수 없게 되면서 외국 구매자들은 석유, 구리, 기타 주요 원자재 구매 시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신흥국도 강달러로 인해 근심이 늘고 있다.

투자자들이 경기둔화 때문에 신흥국 투자에 더 조심스러워진 데다 기존 자금을 대거 회수할 우려도 커진 탓이다.

신흥국들은 또 보유하고 있는 달러 표시 부채 상환 부담도 더 커지게 된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신흥국 기업과 정부의 달러 표시 부채 규모는 올해 1분기 말 6조4천억 달러를 기록했다.

10년 전 2조7천억 달러의 2배를 넘는 수준으로 급격히 불어난 것이다.

한편 경기를 부양하려는 나라들에 미국 강달러 현상은 자국 통화가치가 절하됐을 때 수출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강달러 현상에 대한 불만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미국 재무부가 달러 가치를 떨어뜨리려고 외환시장에 개입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힘을 얻어왔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과 경제 참모진이 외환시장 개입을 통해 달러 약세화를 모색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실행에 옮기기로 결정하지는 않았다고 미국 CNBC 방송이 보도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