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 예상밖 금리인하에 파생상품 원금 전액손실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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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경제 작년말부터 비관론 확산…IMF, 1월 獨 성장전망 0.6%p 낮추기도
獨국채금리 3월 이미 마이너스 진입…"위험 알고 판매 안 한 은행도 있어"대규모 원금 손실 가능성이 제기된 파생결합펀드(DLF)는 독일·영국·미국의 채권 금리 등을 기초 자산으로 삼은 파생결합증권(DLS)을 편입한 펀드들이다.이들 상품은 해당국 금리를 기준지표로 삼는데, 금리 전망이 예상을 크게 빗나가자 원금 전액 손실 위기에 처하게 됐다.
금융감독원은 19일 주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 판매현황과 함께 이들 상품의 구조 예시를 공개했다.
이달 7일 현재 국내 금융회사의 주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DLS) 판매 잔액은 총 8천224억원 수준이다.금감원에 따르면 이번에 문제가 된 DLF는 미국 이자율 스와프(CMS) 금리와 영국 CMS 금리, 독일 국채 10년물 채권의 만기 수익률을 기초 자산으로 삼는다.이 가운데 미국과 영국 CMS 금리 연계 DLF는 장단기 금리차(스와프 레이트)가 일정 수준 이상이면 조기 상환되거나 만기 상환되는 DLS에 투자하는 펀드다.
3개월마다 두 기초 자산의 종가가 모두 최초 기준 가격의 95%(3개월), 85%(6개월), 75%(9개월) 이상이면 연 3.5% 수익을 지급한다.만기 평가 때 두 기초 자산의 종가가 모두 최초 기준가격의 55%(12개월) 이상인 경우에도 연 3.5% 수익을 지급한다.
예를 들어 기초자산으로 삼은 금융상품의 장단기 금리차가 가입 시점에 1%였을 경우 만기에 금리가 1%의 55%인 0.55% 아래로 내려가지 않으면 수익을 주고, 0.55% 아래로 내려가면 손해를 보는 것이다.
만기 평가 시 두 기초 자산 중 하나라도 0%를 찍으면 원금은 전액 손실(만기 쿠폰 감안 시 최종 수익률 -96.5%)된다.만기 내에 장단기 금리차가 급격히 좁혀지거나, 극단적으로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하면 원금 대부분을 잃을 수 있는 상품 구조인 셈이다.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에 연계한 DLS에 투자하는 펀드는 조기 상환 없이 만기(6개월) 때 연 4%의 쿠폰을 지급한다.
그러나 손실 조건에 해당하면 손실 배수(250배)에 비례해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만기일에 금리가 배리어(-0.25%·barrier) 이상이면 원금 전액과 2% 쿠폰(연 4%) 지급한다.
만기일 금리가 베리어를 밑돌면 하회 폭에 손실 배수(250배)를 곱한 비율로 원금을 잃는다.
하회 폭 0.01%당 원금이 2.5% 손실(0.01%×250)되는 것으로, 하회 폭이 0.4% 이상이면 원금은 전부 사라진다.이들 상품이 손실 구간에 진입한 것은 유럽을 중심으로 선진국 경제 전망이 나빠지면서 중장기 채권 금리가 올해 들어 급격히 하락한 탓이다.
특히 유럽의 경우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비롯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유럽 경제를 이끄는 독일의 경기 전망이 나빠지면서 국채 등 안전자산으로의 쏠림 현상이 커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월 세계경제 전망을 내놓으면서 올해 유로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9%에서 1.6%로 하향 조정했다.
특히 독일의 성장률을 1.3%로 기존보다 무려 0.6%포인트나 낮췄다.
유럽중앙은행(ECB)은 경제전망이 악화하자 통화정책 정상화 방침을 철회하고 오히려 추가 완화로 정책방향을 선회했고, 이는 채권 금리 하락을 가속화했다.
실제로 유로존 국채의 지표역할을 하는 10년 만기 독일 국채 금리는 3월 22일 '마이너스' 영역에 진입했다.
독일 국채 10년물이 마이너스로 전환한 것은 2016년 10월 이후 처음이었다.미국은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비둘기'로 돌아선 이후 채권 금리가 본격적인 하락세를 탔다.
특히 5월 들어 미중 무역분쟁 격화로 세계경제 불확실성이 커지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경기확장 국면이 유지되도록 적절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고, 이는 실제 7월 금리 인하로 이어졌다.
미국의 경제 상황이 유럽만큼 나쁜 것은 아니지만 글로벌 경기가 둔화하면서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이 완화 기조로 선회한 반면, 물가 상승 압력이 낮아 긴축 기조를 유지할 명분이 줄었던 탓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 등에서 연이어 연준을 비판하며 금리 인하 압박을 한 게 연준의 정책 변환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도 나왔다.결국 글로벌 금리가 DLF 판매 당시 전망했던 것보다 크게 낮아진 게 손실 위기에 처한 직접적인 요인이 됐다.
그러나 DLF 상품의 판매가 상당수 이뤄진 3∼4월 이전부터 선진국 경제에 대한 하강 우려가 커지고 채권금리가 이미 하락하고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판매사들이 상품의 위험을 과소평가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세계 제조업 생산은 작년 3∼4분기 이후 둔화하기 시작했고, 미중 무역분쟁 격화도 이런 과정에 연관돼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미국을 비롯해 유럽 국가들에서 금리를 내리는 바람에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전개됐다고 은행들은 해명했다"며 "다만 일부 은행은 이런 상품의 위험성을 알고 판매하지 않았기 때문에 판매 은행들 해명의 정당성은 따져 봐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獨국채금리 3월 이미 마이너스 진입…"위험 알고 판매 안 한 은행도 있어"대규모 원금 손실 가능성이 제기된 파생결합펀드(DLF)는 독일·영국·미국의 채권 금리 등을 기초 자산으로 삼은 파생결합증권(DLS)을 편입한 펀드들이다.이들 상품은 해당국 금리를 기준지표로 삼는데, 금리 전망이 예상을 크게 빗나가자 원금 전액 손실 위기에 처하게 됐다.
금융감독원은 19일 주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 판매현황과 함께 이들 상품의 구조 예시를 공개했다.
이달 7일 현재 국내 금융회사의 주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DLS) 판매 잔액은 총 8천224억원 수준이다.금감원에 따르면 이번에 문제가 된 DLF는 미국 이자율 스와프(CMS) 금리와 영국 CMS 금리, 독일 국채 10년물 채권의 만기 수익률을 기초 자산으로 삼는다.이 가운데 미국과 영국 CMS 금리 연계 DLF는 장단기 금리차(스와프 레이트)가 일정 수준 이상이면 조기 상환되거나 만기 상환되는 DLS에 투자하는 펀드다.
3개월마다 두 기초 자산의 종가가 모두 최초 기준 가격의 95%(3개월), 85%(6개월), 75%(9개월) 이상이면 연 3.5% 수익을 지급한다.만기 평가 때 두 기초 자산의 종가가 모두 최초 기준가격의 55%(12개월) 이상인 경우에도 연 3.5% 수익을 지급한다.
예를 들어 기초자산으로 삼은 금융상품의 장단기 금리차가 가입 시점에 1%였을 경우 만기에 금리가 1%의 55%인 0.55% 아래로 내려가지 않으면 수익을 주고, 0.55% 아래로 내려가면 손해를 보는 것이다.
만기 평가 시 두 기초 자산 중 하나라도 0%를 찍으면 원금은 전액 손실(만기 쿠폰 감안 시 최종 수익률 -96.5%)된다.만기 내에 장단기 금리차가 급격히 좁혀지거나, 극단적으로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하면 원금 대부분을 잃을 수 있는 상품 구조인 셈이다.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에 연계한 DLS에 투자하는 펀드는 조기 상환 없이 만기(6개월) 때 연 4%의 쿠폰을 지급한다.
그러나 손실 조건에 해당하면 손실 배수(250배)에 비례해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만기일에 금리가 배리어(-0.25%·barrier) 이상이면 원금 전액과 2% 쿠폰(연 4%) 지급한다.
만기일 금리가 베리어를 밑돌면 하회 폭에 손실 배수(250배)를 곱한 비율로 원금을 잃는다.
하회 폭 0.01%당 원금이 2.5% 손실(0.01%×250)되는 것으로, 하회 폭이 0.4% 이상이면 원금은 전부 사라진다.이들 상품이 손실 구간에 진입한 것은 유럽을 중심으로 선진국 경제 전망이 나빠지면서 중장기 채권 금리가 올해 들어 급격히 하락한 탓이다.
특히 유럽의 경우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비롯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유럽 경제를 이끄는 독일의 경기 전망이 나빠지면서 국채 등 안전자산으로의 쏠림 현상이 커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월 세계경제 전망을 내놓으면서 올해 유로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9%에서 1.6%로 하향 조정했다.
특히 독일의 성장률을 1.3%로 기존보다 무려 0.6%포인트나 낮췄다.
유럽중앙은행(ECB)은 경제전망이 악화하자 통화정책 정상화 방침을 철회하고 오히려 추가 완화로 정책방향을 선회했고, 이는 채권 금리 하락을 가속화했다.
실제로 유로존 국채의 지표역할을 하는 10년 만기 독일 국채 금리는 3월 22일 '마이너스' 영역에 진입했다.
독일 국채 10년물이 마이너스로 전환한 것은 2016년 10월 이후 처음이었다.미국은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비둘기'로 돌아선 이후 채권 금리가 본격적인 하락세를 탔다.
특히 5월 들어 미중 무역분쟁 격화로 세계경제 불확실성이 커지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경기확장 국면이 유지되도록 적절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고, 이는 실제 7월 금리 인하로 이어졌다.
미국의 경제 상황이 유럽만큼 나쁜 것은 아니지만 글로벌 경기가 둔화하면서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이 완화 기조로 선회한 반면, 물가 상승 압력이 낮아 긴축 기조를 유지할 명분이 줄었던 탓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 등에서 연이어 연준을 비판하며 금리 인하 압박을 한 게 연준의 정책 변환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도 나왔다.결국 글로벌 금리가 DLF 판매 당시 전망했던 것보다 크게 낮아진 게 손실 위기에 처한 직접적인 요인이 됐다.
그러나 DLF 상품의 판매가 상당수 이뤄진 3∼4월 이전부터 선진국 경제에 대한 하강 우려가 커지고 채권금리가 이미 하락하고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판매사들이 상품의 위험을 과소평가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세계 제조업 생산은 작년 3∼4분기 이후 둔화하기 시작했고, 미중 무역분쟁 격화도 이런 과정에 연관돼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미국을 비롯해 유럽 국가들에서 금리를 내리는 바람에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전개됐다고 은행들은 해명했다"며 "다만 일부 은행은 이런 상품의 위험성을 알고 판매하지 않았기 때문에 판매 은행들 해명의 정당성은 따져 봐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