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제 식구 챙기기' 여전

'임직원 친목' 행우회 소유
경비·물류업체에 일감 몰아줘
실적 올려주고 수억씩 배당받아
산업은행 SC제일은행 KEB하나은행 등이 자사 임직원의 친목과 상호부조 목적으로 설립한 행우회에 상당한 규모의 일감을 몰아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은행들의 ‘내 식구 챙기기’ 행태는 매년 국회 국정감사 등에서 지적받았지만 바뀌지 않고 있다.

19일 각 은행과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KEB하나은행 행우회가 지분 95.1%를 보유한 물류업체인 두레시닝은 지난해 KEB하나은행(326억원)과 하나금융투자(13억원)를 대상으로 339억원 규모의 상품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두레시닝이 올린 매출(439억원)의 77.2%에 달한다. 1994년 출범한 두레시닝은 물류관리, 시설관리 등의 사업을 하는 회사다. 행우회는 물론 하나금융투자도 지분(4.9%)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엔 매출 439억원, 영업이익 14억원을 올렸다. 지난해 주주에게 총 4억2000만원을 배당했다.산업은행 행우회가 지분 100%를 보유한 건물관리·경비업체인 두레비즈는 지난해 산업은행과 59억원에 청소·건물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내용의 수의계약을 맺었다. 이 회사는 올해 상반기에도 산업은행과 73억원 규모의 청소 용역 등의 계약을 체결했다. 2005년 출범한 두레비즈는 산업은행의 일감을 바탕으로 매년 안정적인 매출을 거두고 있다. 지난해엔 12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SC제일은행 행우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인쇄업체 우행티엠에스도 매년 SC제일은행을 대상으로 6억~7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20억원, 영업손실 1억원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이와 대조적으로 지난해 감사원 지적을 받은 뒤 행우회와의 거래를 줄여가고 있다. 한은은 행우회가 운영하는 서원기업과 올 들어 인쇄 대행업 및 화폐박물관 안내용역사업 등의 계약을 해지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