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길의 경제산책] 고흥 주민들 "마을 뒷산 밀고 태양광 설치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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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을 끼고 있는 전남 고흥군 남성리의 풍광 좋은 어촌 마을이 확 달라지고 있습니다. 마을을 포근하게 감싸고 있던 야산이 지난달부터 거대한 민둥산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죠. ‘태양광 발전 사업’이 이 곳에서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곳의 태양광 사업은 3개 필지에 걸쳐 총 2MW 규모입니다. 각 지방자치단체 조례에 따르면, 민가에서 100m 이상 떨어져 있지 않으면 태양광 설비를 넣을 수 없습니다. 여기선 현지인이 거주하는 주택에서 불과 50여m 떨어졌는데도 태양광 사업이 착착 진행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고흥군청에 확인한 결과, 조례에 따라 민가에서 50여m 떨어진 곳에는 태양광 시설을 넣을 수 없습니다. 다만 남성리의 태양광 사업자는 ‘태양광 시설 이격 조례’가 개정되기 전에 허가를 받아놨기 때문에 법적 문제가 없다고 했습니다. 고흥군청 관계자는 “서류를 확인해 보니 태양광 사업자가 5년쯤 전 땅을 매입해 발전 설비 허가를 받아놨는데, 허가 당시 기준으로는 이격 거리 규제가 ‘50m 초과’여서 문제가 없다”며 “과거 사업자가 주민 반대로 땅을 매각했는데 새 사업자인 외지인이 이번에 본격 개발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확인 결과 고흥군의 관련 조례는 2017년 6월10일 개정됐습니다. 이 시점을 전후로 종전 50m였던 이격거리 규정이 100m로 확대됐습니다.
총 100여 가구가 거주하는 마을 주민들은 멀쩡하던 뒷산을 밀고 대규모 태양광 설비를 들여놓는 데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특히 상습 침수지역이어서 걱정이 크다고 합니다.예컨대 지자체 조례에 따라 태양광 설비 공사 전 마을 주민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어야 하는데 그런 절차가 없었다는 점, 산의 경사도가 25도 이하에만 설치가 가능한데 지자체 확인 절차가 없었다는 점, 바지락 양식장이 태양광 공사지에서 불과 150여m 떨어져 있어 설비가 무너질 경우 토사가 유입될 수 있다는 점, 배수구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 등이 문제로 꼽힙니다. 마을 주민들은 지속적인 항의 집회를 계획하고 있구요.현지 태양광 설비가 총 2MW 규모인데, 지자체가 허가를 내줄 수 있는 기준(1MW)을 넘어서는 것도 따져봐야 할 부분입니다. 고흥군청 관계자는 “발전 설비가 총 2MW이지만 3명이 3개 필지로 나눠 신청했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마을에 거주하는 주민 나모 씨는 “주민 동의가 없으면 벌목 공사를 하지 못한다고 군청에서 올해 초 설명했는데 갑자기 공사가 시작됐다”며 “특히 펜션을 하거나 바지락 양식을 하는 주민들로선 하루 아침에 날벼락을 맞게 됐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주민 반대가 거센데도 태양광 공사가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데 대해, 지자체가 중앙정부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고흥군청 관계자는 “태양광 사업은 정부 시책에 따라 진행하는 것 아니냐”며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했습니다.산림청에 따르면 작년에만 축구장 3300개 규모인 2443만㎡의 숲이 사라졌고 그 자리를 ‘임야 태양광 발전소’가 차지했습니다. 올들어 지난달까지 전국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시설은 벌써 ‘연간 목표’를 넘어섰구요. 당초 계획보다 두 배 빠른 속도입니다. 신규 태양광이 많이 들어선 지역은 전남 18.3%, 전북 17.0%, 충남 14.0%, 경북 12.7% 등 자연 환경이 상대적으로 잘 보전된 곳들입니다. 현재 4만여 개에 달하는 상업용 태양광 시설은 5년 후 5배 늘어날 것이란 게 정부의 추정이구요.
고흥군의 어촌 마을에서 진행되는 태양광 개발업자와 주민들 간 갈등. 태양광 발전을 둘러싸고 전국적으로 속출하고 있는 ‘잡음’의 축소판입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이 곳의 태양광 사업은 3개 필지에 걸쳐 총 2MW 규모입니다. 각 지방자치단체 조례에 따르면, 민가에서 100m 이상 떨어져 있지 않으면 태양광 설비를 넣을 수 없습니다. 여기선 현지인이 거주하는 주택에서 불과 50여m 떨어졌는데도 태양광 사업이 착착 진행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고흥군청에 확인한 결과, 조례에 따라 민가에서 50여m 떨어진 곳에는 태양광 시설을 넣을 수 없습니다. 다만 남성리의 태양광 사업자는 ‘태양광 시설 이격 조례’가 개정되기 전에 허가를 받아놨기 때문에 법적 문제가 없다고 했습니다. 고흥군청 관계자는 “서류를 확인해 보니 태양광 사업자가 5년쯤 전 땅을 매입해 발전 설비 허가를 받아놨는데, 허가 당시 기준으로는 이격 거리 규제가 ‘50m 초과’여서 문제가 없다”며 “과거 사업자가 주민 반대로 땅을 매각했는데 새 사업자인 외지인이 이번에 본격 개발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확인 결과 고흥군의 관련 조례는 2017년 6월10일 개정됐습니다. 이 시점을 전후로 종전 50m였던 이격거리 규정이 100m로 확대됐습니다.
총 100여 가구가 거주하는 마을 주민들은 멀쩡하던 뒷산을 밀고 대규모 태양광 설비를 들여놓는 데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특히 상습 침수지역이어서 걱정이 크다고 합니다.예컨대 지자체 조례에 따라 태양광 설비 공사 전 마을 주민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어야 하는데 그런 절차가 없었다는 점, 산의 경사도가 25도 이하에만 설치가 가능한데 지자체 확인 절차가 없었다는 점, 바지락 양식장이 태양광 공사지에서 불과 150여m 떨어져 있어 설비가 무너질 경우 토사가 유입될 수 있다는 점, 배수구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 등이 문제로 꼽힙니다. 마을 주민들은 지속적인 항의 집회를 계획하고 있구요.현지 태양광 설비가 총 2MW 규모인데, 지자체가 허가를 내줄 수 있는 기준(1MW)을 넘어서는 것도 따져봐야 할 부분입니다. 고흥군청 관계자는 “발전 설비가 총 2MW이지만 3명이 3개 필지로 나눠 신청했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마을에 거주하는 주민 나모 씨는 “주민 동의가 없으면 벌목 공사를 하지 못한다고 군청에서 올해 초 설명했는데 갑자기 공사가 시작됐다”며 “특히 펜션을 하거나 바지락 양식을 하는 주민들로선 하루 아침에 날벼락을 맞게 됐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주민 반대가 거센데도 태양광 공사가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데 대해, 지자체가 중앙정부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고흥군청 관계자는 “태양광 사업은 정부 시책에 따라 진행하는 것 아니냐”며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했습니다.산림청에 따르면 작년에만 축구장 3300개 규모인 2443만㎡의 숲이 사라졌고 그 자리를 ‘임야 태양광 발전소’가 차지했습니다. 올들어 지난달까지 전국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시설은 벌써 ‘연간 목표’를 넘어섰구요. 당초 계획보다 두 배 빠른 속도입니다. 신규 태양광이 많이 들어선 지역은 전남 18.3%, 전북 17.0%, 충남 14.0%, 경북 12.7% 등 자연 환경이 상대적으로 잘 보전된 곳들입니다. 현재 4만여 개에 달하는 상업용 태양광 시설은 5년 후 5배 늘어날 것이란 게 정부의 추정이구요.
고흥군의 어촌 마을에서 진행되는 태양광 개발업자와 주민들 간 갈등. 태양광 발전을 둘러싸고 전국적으로 속출하고 있는 ‘잡음’의 축소판입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