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차 기사간 갈등에 홈플러스 신선식품 물류 '마비'

파업 동참 기사들 "화물연대가 특정인 배제하려 부당한 압력"
화물연대 "비리 의혹 기사, 사업장서 배제 요구한 것뿐"

화물차 기사간 갈등으로 인해 수도권 홈플러스 100여곳에 야채 등 신선 식품을 공급하는 물류센터가 20일로 사흘째 마비 상태에 놓였다.
이날 오전 경기도 안성시 원곡물류센터 홈플러스 신선 물류 집하장 앞에는 5t 화물차 수십 대가 출입구를 막고 있었다.

곳곳에는 민주노총 화물연대와 운송사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내용의 현수막도 걸려 있다.

물류센터 입구 앞에는 화물차 기사 60여명이 그늘막을 설치하고 둘러앉아 화물연대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24시간 화물차가 들락거릴 물류센터가 마비된 것은 기사 간 갈등이 시작된 올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화물연대 홈플러스 지회장이던 A씨가 올 2월 비리 의혹으로 화물연대에서 제명되자 일부 화물차 기사들이 함께 연대를 탈퇴했고, 60여명이 비노조 상태로 '차주협의회'를 구성해 업무를 계속했다.

홈플러스 안성 물류센터 내 신선 물류 집하장에선 90여명의 화물차 기사가 3개 운송업체와 각기 계약을 맺고 지입차주 형태로 운송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4월 화물연대 소속 기사 20여명은 운송사 3사와 운송료 인상 등에 대한 협상을 진행하면서 A씨의 타 사업장 전환 배치를 줄기차게 요구했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A씨가 화물연대 지회장이던 시절, 운송사에 노조원과 비노조원 간 차등 배차를 요구하는가 하면 지입차 매매 과정에서 소개비 수수료를 받았다는 의혹이 있었다"며 "A씨가 소속된 운송사의 다른 사업장도 많으니 다른 곳으로 보내 달라고 요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운송사와 협상이 결렬되면서 지난달 15일 화물연대는 1박 2일간 물류센터 출입구를 막고 파업한 바 있다. 당시 비노조원들은 파업에 불참한 채 배송 업무를 계속해 화물연대 측과 물리적인 충돌이 일어나기도 했다.

같은 달 16일 작성된 합의서에는 1번 항목이 "A씨의 비리 사실이 있을 경우 타 사업장으로 전환 배치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A씨를 비롯한 차주협의회는 화물연대와 운송사에 특정인 전환 배치 시도는 다른 화물차 기사에게도 부당한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 이달 18일부터 출입구를 막고 파업에 들어갔다.

A씨 등 60여명의 기사는 비노조원 자격으로 운송사와 협상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최근 한국노총에 가입한 상태다.
현재 한국노총 전국건설산업노조 홈플러스 지회장인 A씨는 "나에게 제기된 비리 의혹은 근거가 없다"며 "화물연대 지회장 당시 노조원들이 혜택을 보는 차등 배차 요구는 노조원들의 요구가 있어 운송사 측에 전달한 것일 뿐이고, 지입차 매매 수수료는 단 1대에 대해 받았으나 이 또한 지회 공금으로 기부하도록 연결만 시켜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운송사와 화주(홈플러스)측은 화물연대의 말만 듣지 말고, 부당한 인사 압력을 철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운송사 관계자는 "A씨에 대한 비리 의혹 탄원서가 화주 측에 접수돼 조사해보니 비리까진 아니어도 일부 문제 소지가 있어 전환 배치를 통보한 상태"라며 "이번에 홈플러스가 운송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파업으로 피해를 준 기사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물류가 마비되면서 하루 30억원의 피해가 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며 "기사들 간의 갈등으로 인해 현재 매장에 상품이 부족해 고객들도 피해를 보지만 생산지 농민들도 납품하지 못해 피해가 막심하다"고 전했다. 한편, A씨 등 한국노총 소속 기사들은 이날 오후 중 출입구를 열어 배송 업무를 재개시킨 뒤 물류센터 한쪽에서 농성을 이어가겠다고 밝혀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