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질 게 터졌다" 갤노트10 성지의 배신…'사전예약 취소' 빗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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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노트10, 공짜폰 '성지' 중심으로 사전예약 취소 줄이어"결국 터졌네요. 단가 못 맞춘다고 예약 취소한답니다."
"단가 못맞춘다…개통 어려워" 문자 메시지로 일방 통보
노트10 공시지원금 42~45만원, 방통위 눈치에 보조금 경쟁 식어
우려하던 일이 결국 터졌다. '공짜'를 내세우며 갤럭시노트10 사전예약자를 끌어모았던 휴대폰 대리점들이 노트10 사전 판매를 잇달아 취소하고 나섰다. 대리점의 일방적 취소 통보에 분통을 터뜨리는 소비자들이 상당수로 파악된다. 사전예약 개통이 시작되는 20일을 기점으로 피해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20일 '뽐뿌', '알고사' 등 휴대폰 구매정보 커뮤니티에는 전날부터 갤럭시노트10 사전예약 취소 통보를 받았다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개통 단가를 예약 단가에 맞출 수 없어 개통이 안 된다는 안내 메시지였다.
'***12' ID의 한 누리꾼은 "갤럭시노트10을 사전예약한 휴대폰 매장에서 계약을 취소하거나 연장해주겠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다"며 "기존에 안내했던 단가는 없어졌고, 사전예약 기간 안에 개통 진행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이달 9일부터 19일까지 11일간 갤럭시노트10 사전예약을 진행했다. 삼성전자가 집계한 사전예약 판매량은 100만대를 넘었다. 20일은 사전예약자 대상 선개통을 시작한 날이다. 개통을 위한 기기 물량이 대리점에 배정되고, 통신사들이 공시지원금을 확정하면서 판매 취소 통보를 받았다는 글이 커뮤니티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타일' ID를 쓰는 누리꾼은 "(예약한 가격에) 기기를 언제 줄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며 "선개통되는 20일에는 절대 기기를 수령할 수 없다. 취소하려면 맡겨둔 신분증을 갖고 가라고 대리점에서 연락이 왔다"고 썼다. 이 글에는 서로 다른 대리점에서 비슷한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는 댓글이 줄지어 달렸다.
이 누리꾼은 대구의 한 오피스텔 상가 대리점에서 월 8만원(슈퍼플랜 베이직) 요금제를 6개월 유지하는 조건으로 기기값 15만원에 노트10플러스를 사전예약했다고 소개했다.갤럭시노트10 정식 출고가는 256기가바이트(GB) 단일 모델 기준 124만8500원. 노트10플러스의 출고가는 256GB 139만7000원, 512GB 149만6000원이다. 기기값 15만원에 노트10플러스를 사려면 고가 요금제 사용 조건을 감안해도 최소 100만원 이상의 지원금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동통신사들은 노트10의 공시지원금을 갤럭시S10 5G보다도 낮게 책정했다. 이날 공개된 SK텔레콤, LG유플러스의 노트10 공시지원금은 42만원, KT는 45만원이다. 갤럭시S10은 지난 4월 출시 당시 공시지원금이 최고 70만원까지 뛴 적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눈치를 보느라 불법보조금 전쟁은 물론 공시지원금 경쟁도 시들해진 모습이다.
공시지원금에 판매장려금(리베이트)을 더해도 약속한 단가를 맞추기 어려워지자 판매점들이 사전예약을 줄줄이 취소하기 시작했다. 10만~20만원의 낮은 가격을 제시해 '성지'라 불렸던 대리점 중심으로 사전예약 취소 통보가 빗발치는 이유다.방통위와 이통사들은 소비자 피해를 우려해 노트10 사전예약 기간에 '판매 사기 주의보'를 내리기도 했다. 과도한 불법보조금 지급 약속이 사기일 수 있고, 판매 과정에서 신분증 보관이나 단말대금 선입금을 요구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해 소비자 주의가 요구된다는 내용이었다.
일찍이 노트10 판매 취소 사태가 예견됐지만 실제 피해를 입은 소비자를 구제할 방안은 전무하다. 판매 사기는 단말기유통법 위반행위에 해당된다. 당초 불법이라 소비자 구제방안 또한 없는 탓이다.
통신업계는 노트10 판매 취소 사태가 앞으로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개통 날짜를 미루다가 취소하는 판매점들이 더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일부 판매점들은 사전예약자 수만큼 기기 물량을 확보 못했다. 개통에 시간을 끌고 있지만 터무니없는 가격에 예약을 진행한 경우 나중에 계약을 취소할 수도 있다"며 "소비자들도 단통법 위반임을 알고 예약을 진행했기 때문에 계약이 파기돼도 별다른 구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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