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이 효성 찾은 이유…10년간 1조 탄소섬유 투자로 日견제

'꿈의 신소재' 글로벌 톱3 목표…"단일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
조현준 회장 "'소재강국 대한민국' 건설에 한 축 담당할 것"

효성그룹이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탄소섬유 산업에서 '글로벌 톱3'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내걸고 앞으로 10년간 총 1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특히 탄소섬유는 최근 일본 정부가 한국을 '백색 국가(화이트 리스트)' 명단에서 제외하면서 국내 산업의 피해가 예상되는 품목이라는 점에서 이번 투자 계획은 부품·소재 산업 경쟁력 강화 전략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효성은 20일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효성첨단소재 전북 전주공장에서 개최한 '신규 투자 협약식'에서 2028년까지 1조원을 투자해 현재 연 2천t 규모(1개 라인)의 탄소섬유 생산 능력을 2만4천t(10개 라인)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현재 1차 증설이 진행 중으로, 2028년까지 10개 생산라인 증설이 모두 끝나면 현재 11위(2%)인 글로벌 점유율이 3위(10%)까지 올라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그룹 측은 설명했다.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아울러 고용도 현재 400명 수준에 그치고 있으나 오는 2028년까지 2천300개 이상의 새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추산했다.

효성그룹 조현준 회장은 이날 "탄소섬유의 미래 가치에 주목해 독자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면서 "후방 산업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데다 정부가 '수소경제'로 새로운 시장을 열어준 만큼 탄소섬유를 더욱 키워 '소재강국 대한민국' 건설에 한 축을 담당하겠다"고 말했다.또 "스판덱스, 타이어코드 등 여러 분야에서 세계 1등이 가능한 이유는 소재부터 생산공정까지 독자 개발을 통해 경쟁사를 앞서겠다는 고집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또다른 소재 사업의 씨앗을 심기 위해 도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이날 효성과 전북도, 산업통상자원부와 효성·일진복합소재·KAI( 한국항공우주산업) 등의 사업 협약식에 직접 참석한 것은 탄소섬유 산업의 미래 성장성과 일본 견제를 동시에 염두에 뒀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탄소섬유는 자동차용 내외장재와 건축용 보강재는 물론 스포츠레저와 우주항공 등 첨단 분야에 이르기까지 철이 사용되는 모든 산업에 적용될 수 있는 신소재로 알려져 있다.철에 비해 무게는 4분의 1이지만 강도는 10배, 탄성은 7배에 달하고 내부식성, 전도성, 내열성 등이 뛰어나 '미래산업의 쌀'이라고도 불린다.

항공, 우주, 방산 등에 사용되는 전략물자여서 기술이전이 쉽지 않고 독자 개발도 어려워 세계적으로도 기술 보유국이 손으로 꼽힐 정도다.

효성은 2011년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독자기술을 바탕으로 탄소섬유 '탄섬(TANSOME)' 개발에 성공해 2013년부터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일본, 미국, 독일에 이어 세계 4번째였다.

특히 탄소섬유는 우리 정부가 올해 초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과도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다.

수소차 연료탱크의 핵심 소재로, 수소에너지의 안전한 저장과 수송, 이용에 필요하기 문이다.
이와 함께 일본 정부의 최근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횡포'로 인해 국내 업계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될 전략물자 가운데 하나로 탄소섬유가 꼽힌 것도 이날 '대통령 행사'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왔다.

정부가 일본 수출통제 가능 품목 가운데 집중 관리 품목으로 지정한 159종에도 탄소섬유가 포함됐다.업계 관계자는 "이번 일본의 수출 규제를 계기로 삼아 중장기적으로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당위성이 강조되고 있다"면서 "문 대통령의 행사 참석은 이런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의도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