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명예교수 "갈등 포용 '열린사회', 젊은 세대가 만들어야죠"

올들어 네 번째 책 펴낸
'100세 철학자' 김형석 명예교수

두번째 에세이
'인생이란 이름의 기차' 등 담아
“한국도 이제 냉전체제와 진보·보수 간 갈등에서 벗어나 이 모두를 포용하는 ‘열린 사회’로 나아가야 합니다.”

‘100세 철학자’로 불리는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사진)는 20일 <100세 철학자의 철학, 사랑 이야기>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사회 갈등에 대한 해법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20세기는 냉전과 좌·우파 대립 등으로 공존이 어려웠지만 21세기는 이념·종교·가치관 등을 포용하는 열린 사회를 지향하는 게 시대의 요청”이라며 “(하지만) 한국은 좌파적 성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진보와 뿌리가 약한 보수가 여전히 남아 있어 갈등이 빈번하게 격화된다”고 했다.<100세 철학자의 철학, 사랑 이야기>는 굴곡진 한국 현대사를 겪은 김 교수가 전하는 삶의 본질과 철학하는 자세를 담은 에세이다. 지난 5월 출간한 <100세 철학자의 인생, 희망 이야기> 후속편이자 올 들어 펴낸 네 번째 책이다. 책은 ‘인생이라는 이름의 기차’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홀로 있는 당신에게’ 등 세 가지 주제로 구성됐다. 그는 “낮은 자세로 20대 청년들과 소통하고 싶어 책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100세 나이를 상수(上壽)라고 한다. 사람의 수명 중에서 가장 위라는 뜻이다. 김 교수는 고(故) 안병욱 숭실대 철학과 교수, 고 김태길 서울대 철학과 교수와 함께 ‘국내 3대 철학자 겸 수필가’로 꼽히는 원로 학자다. 그는 1920년 평안남도 대동에서 태어났다. 일본 조치대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연세대 철학과 교수, 미국 시카고대·하버드대 연구교수를 지냈다.

김 교수는 100년 인생 중 가장 보람 있었던 시절로 평양시립도서관에서 보낸 1년을 꼽았다. 그는 “신사 참배 거부로 평양 숭실중학교를 1년간 떠나면서 매일 도서관을 찾았다”며 “당시 접한 철학과 문학이 내 인생의 뿌리가 됐다”고 회고했다.김 교수가 삼는 자신의 인생 철학은 무엇일까. “예전에는 100명이 일을 하면 목표도 100개인 줄 알았죠. 하지만 모두 다른 일을 하더라도 결국 목표는 한 가지입니다. 내가 하는 일에 책임을 다해 주변 사람들이 더 행복하고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죠. 정치인은 국민의 행복을 위해 일하고 의사는 환자의 행복을 위해 진료합니다. 올해만 벌써 150회가량 강연을 다녔는데 이를 통해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죠.”

마지막으로 그는 젊은 세대를 위한 진심 어린 메시지도 전했다. “인생의 표준을 따로 두고 살 필요가 없습니다. 내 인생의 표준은 남과 비교할 게 아니죠. 사회가 어렵고 힘들어도 이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