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로 늘린 노인 일자리 64만개…대부분이 '月 27만원 허드렛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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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3
세금으로 만든 '알바 천국'
(上) 고용지표 왜곡하는 노인 일자리


노인일자리 사업을 담당하는 사회복지사들은 최저임금 상승 여파로 민간 부문에서 일을 구하기 힘들어진 노인들이 노인일자리로 대거 넘어왔다고 설명했다. 한 사회복지사는 “노인분들이 주로 일하던 경비와 청소, 주차관리 등은 최저임금 상승 이후 가능하면 젊은 사람을 쓰려 한다”며 “‘노인일자리가 많아졌다는데 왜 나는 취업이 안 되느냐’고 할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고 전했다. 지난 13일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간한 ‘고용안전망 확충사업 분석’에 따르면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노인 중 68.7%가 민간 부문에 취업하고 싶다고 답했다. 하지만 노인일자리 중 민간 분야 비중은 2016년 23%에서 지난해 16%로 감소했다.
정부가 제시한 할당 목표에 맞추는 식으로 사업이 이뤄지다 보니 현장에서는 갖가지 아우성이 나온다. 서울 중랑구의 한 사회복지사는 “마른 수건을 쥐어짜고 있는 상황”이라며 “어디든 보내는 것에 집중하다 보니 감독은 엄두도 못 낸다”고 했다. 노인 도우미, 장애인 도우미 등의 항목이 생겼지만 실제 제대로 활동하고 있는지는 알기 어렵다. “서로 말을 맞추고 활동하지 않고 돈만 타가는 사례도 많다”는 전언이다.“80만 개까지 늘린다는데…”
노인일자리가 2016년 43만 개에서 3년 새 21만 개 급증하면서 일부 지역에선 노인을 구하지 못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서울 송파노인복지관은 할당된 노인일자리 중 17개가 비어 있다. 송파노인복지관 관계자는 “2017년부터 매년 20% 할당량이 늘어나면서 올해부터 빈자리가 생겼다”며 “내년에도 늘어날 텐데 어떻게 채울지 걱정”이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복지부는 2021년까지 노인일자리를 80만 개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노인일자리 80만 개’를 내세운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목표치가 80만 개가 돼야 할 근거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노인일자리 목표치의 이론적 근거를 지금 만들고 있다”고 털어놨다. 연간 1조원 이상이 투입되는데도 불구하고 노인일자리를 늘리겠다는 대전제만 있을 뿐 목표와 실행 방식의 근거는 갖추지 못한 것이다.정부가 일자리 숫자 늘리기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내실화에 신경쓸 때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은 “노인일자리 규모만 신경 쓸 게 아니라 효과적으로 집행될 수 있는 전달체계에도 투자가 필요한 때”라며 “일자리 발굴과 알선을 일선 복지관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민간 기업도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