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락 '창'에 바닥 뚫린 경기방어株

외국인·기관 외면에 '뚝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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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통신·에너지 등 경기방어주가 과거와 달리 조정장에서 투자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책 리스크(위험) 등이 실적을 크게 악화시킨 데다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투자가 등 ‘큰손’들이 외면하면서 소외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적 부진으로 수요 실종2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국전력의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주당순자산)은 0.2배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 업종 내 ‘간판’ 종목들인 신한지주와 삼성생명의 PBR도 각각 0.5배와 0.4배에 불과하다. 이는 유가증권시장 평균 PBR인 0.8배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대표적 경기방어주들은 하반기 들어 수급이 꼬이면서 주가가 부진에 빠졌다. 신한지주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최근 21거래일 동안 1686억원어치 순매도했다. 하반기에 9.91% 떨어졌다. 삼성생명과 CJ제일제당은 하반기 들어 각각 20.33%, 22.05% 하락했다.

최근 조정장에서 경기방어주의 반등이 어려운 요인 중 하나로 총자산회전율(매출/총자산) 급락이 지목되기도 한다. 같은 자산 규모를 갖고 있는 업종과 비교해 일으키는 매출 규모가 축소됐다는 의미다.신중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이 보유한 자산은 늘었지만, 자산이 이익 창출에 기여하는 정도가 줄어들었다”며 “부채비율이 낮은 기업들이 자본의 힘으로 버티고는 있지만,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2017년 40.1%였던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연간 총자산회전율이 올해 33.2%까지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정책 불확실성 등이 실적 발목

대내외 환경 악화로 경기방어주의 실적 반등은 당분간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보험 등 금융주는 경기 부진에 따른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기조가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금리가 하락하면 보험사들은 운용자산 수익률이 낮아지는 데다 보증준비금 부담이 커진다. 2분기까지 뛰어난 실적을 이어온 은행도 순이자마진(NIM) 축소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통신과 전력·에너지주는 정부의 요금 인하 압박과 정책 불확실성이 실적 개선의 걸림돌이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한국전력은 탈원전 기조와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 등 수익성 악화를 촉진했다”며 “대규모 5세대(5G) 이동통신 투자에 나선 통신사들도 요금 인상을 통한 투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강조했다.

난관에 빠진 ‘가치 투자’경기방어주가 대세로 떠올랐던 2014~2015년에 관련 종목에 투자해 재미를 본 가치투자 운용사들은 최근 조정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PBR 등이 낮은 경기방어주들은 저평가된 종목에 주로 투자하는 가치투자 운용사들이 선호하는 투자 대상으로 꼽힌다.

대표적 가치투자 펀드로 꼽히는 ‘신영마라톤증권투자신탁(설정액 8938억원)’과 ‘한국밸류10년투자연금(5665억원)’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각각 -6.77.%, -9.02%로 액티브펀드 평균 수익률(-4.99%)보다 부진했다. 설정액도 각각 239억원, 122억원씩 빠져나갔다.

구용욱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은 “경기방어주는 과거보다 주가는 싸졌지만 이익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쏟아지면서 적정 가치에 대한 판단이 어려운 시기에 직면했다”며 “증시 주도주라고 할 수 있는 정보기술(IT)·반도체주부터 하반기에 살아나야 증시가 전반적인 활기를 되찾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