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獨·日은 에너지소비 감소…한국만 '역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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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소비 '세계 8위' 한국한국의 에너지효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중 꼴찌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 우리나라가 유독 더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다는 의미다.
전력 효율·개선율 OECD '꼴찌'
에너지 소비량이 감소하고 있는 선진국과 달리 한국에선 ‘에너지 역주행’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건물·공장 등의 고효율화를 유도해 최종에너지 소비량을 2030년까지 15% 가까이 감축하기로 했다.“선진국에선 에너지 소비 감소”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2017년 에너지 원단위를 기준으로 한 한국의 에너지효율은 OECD 회원국 중 33위였다. 에너지 원단위는 1000달러의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데 소요되는 1차 에너지 소비량으로, 국가 전체의 에너지 효율을 보여주는 지표다. 수치가 높을수록 해당 국가의 에너지 소비가 효율적이지 않다는 뜻이다. 한국의 에너지 원단위는 0.16으로 OECD 평균(0.11)보다 50%가량 높다.전문가들은 “한국은 에너지효율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개선 속도도 더디다”고 지적했다. 2010~2017년 한국의 연평균 에너지효율 개선율이 0.6%에 그친 게 대표적 사례다. OECD 평균 개선율(2.3%)에 훨씬 못 미치는 수치로, 35개국 중 32위다. 한국보다 개선 속도가 떨어지는 나라는 포르투갈 칠레 그리스뿐이다.
우리나라에서 에너지 소비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세계 8위의 에너지 다소비국인 한국의 1차 에너지 소비량은 2017년 1억8800만TOE(석유환산톤·석유 1t이 연소할 때 발생하는 에너지)에서 2억9500만TOE로 급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 독일 일본 등에선 국내총생산(GDP) 증가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소비가 감소했다.
이성인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선진국에선 경제가 성장하는데도 고효율화를 통해 에너지 소비를 오히려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산업부, 고효율 건물에 인센티브
한국에서 에너지효율이 떨어지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비효율 건물’이 지목되고 있다. 건물주와 임차인에게 책임과 이익이 분산되는 건물의 특수성 때문에 에너지효율 향상 작업이 더딜 수밖에 없어서다. 정부가 건물 전력설비 등의 교체 자금을 지원해주는 선진국과 달리 한국에선 이런 인센티브도 부족하다는 평가다. 미국 에너지효율경제협의회(ACEEE)의 지난해 에너지효율 정책 평가에서 한국은 산업(25개국 중 7위)·수송(6위) 부문에서 선전했지만 건물 부문에선 하위권(16위)에 머물렀다.
값싼 전기도 에너지효율 개선을 더디게 하는 요인 중 하나란 지적이다.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BEIS)는 작년 한국의 가정용 전기요금이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정부는 2030년까지 최종 에너지 소비량을 기준수요(현재 소비 행태 등이 지속될 때 예상되는 수요 전망치) 대비 14.4% 감축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에너지 고효율 건물에 인증마크를 부여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할 방침이다.
국내 에너지 소비의 61.7%를 차지하는 산업 부문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선 에너지 다소비 사업장을 대상으로 ‘목표’를 부여하기로 했다. 자발적으로 세운 목표를 달성하면 우수 사업장으로 인증하고 에너지 의무진단도 면제한다. 중소·중견기업이 목표를 채우면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전기요금의 3.7%)을 일부 깎아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LED(발광다이오드)에 비해 전력 효율이 떨어지는 형광등은 2027년 시장에서 퇴출한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22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16회 에너지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한국 사회를 고효율 저소비 에너지 구조로 바꿔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