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소득 감소, 정부 보조로 메웠지만…소득격차 16년 만에 최악

분배지표, 갈수록 더 악화

가구 月평균 470만원 벌 때
하위 20%는 132만원 그쳐
< 이주열 “경제 더 나빠지면 통화정책으로 대응”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왼쪽)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 총재는 거시경제 여건이 더 나빠지면 통화정책(기준금리 인하)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이 총재,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용범 기재부 1차관, 구윤철 기재부 2차관.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올해 2분기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간 소득격차가 역대 최대로 벌어졌다. 경기가 급속히 얼어붙었던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도 분배가 더 악화됐다. 저소득층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일자리를 잃어 근로소득이 줄어든 반면 고소득층은 ‘보편적 복지’ 정책 덕분에 정부에서 받는 지원금이 늘어났다. 통계 작성을 시작한 후 분배지표가 최악을 기록했음에도 정부는 “부익부 빈익빈의 가계소득 양극화 현상이 뚜렷이 완화됐다”고 했다.
1분위 소득 550원 증가통계청이 22일 발표한 ‘2019년 2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를 보면 올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70만4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했다. 그런데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의 월 소득은 132만5500원으로 1년 전보다 0.04%(550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해 1분기(-8.0%)부터 감소세로 돌아선 1분위 소득은 지난해 2분기(-7.6%) 3분기(-7.0%) 4분기(-17.7%), 올해 1분기(-2.5%)까지 다섯 분기 연속 감소하다 올 2분기에 감소세가 멈췄다.

하지만 1분위 가구 소득 중 근로소득은 계속 감소세다. 1분위 가구의 2분기 근로소득은 43만87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3% 감소했다. 작년 2분기(-15.9%)에 이어 2년 연속 15% 넘게 하락했다. 1~5분위 가구 중 근로소득이 줄어든 것은 1분위가 유일하다.

1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이 크게 줄었지만 전체 소득이 줄지 않은 것은 기초연금, 실업급여 등 정부 지원 덕분이다. 올 2분기 1분위 가구의 이전소득(생산활동 없이 지급되는 돈)은 65만2100원으로 1년 전에 비해 9.7% 늘었다. 이전소득 중 공적이전소득(공적연금과 사회수혜금 등 정부 지원금)은 48만200원으로 전체의 73.6%를 차지했다.‘보편적 복지’로 5분위 소득 늘어

소득 하위 20% 가구에 대한 정부 지원이 늘었지만 소득분배 지표는 최악을 나타냈다. 올해 2분기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기준 5분위 배율은 5.3배로 2003년 통계 작성 후 2분기 기준으로 가장 크게 벌어졌다. 이 배율은 5분위 평균소득을 1분위 평균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가구별 가구원 수를 고려(균등화)해 계산한다. 수치가 클수록 소득 불평등이 심하다는 뜻이다.

과거 2분기 기준으로 5분위 배율이 가장 크게 벌어졌던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5.24배)이었다. 작년 2분기에도 5.23배로 금융위기 당시에 육박했는데, 올해는 이보다 더 벌어진 것이다.1분위 가구 소득이 소폭이나마 증가했음에도 ‘분배 참사’가 벌어진 것은 5분위(상위 20%) 소득이 월평균 942만6000원으로 3.2% 증가했기 때문이다. 특히 5분위 가구의 이전소득은 59만12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4% 늘었다. 정부가 소득 상위 10%에게는 주지 않던 아동수당을 올해부터 전 계층에 지급하는 등 ‘보편적 복지’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박상영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5분위는 공무원연금 등이 공적이전소득 증가를 끌어주고 있다”며 “아동수당도 올해 전 가구로 지급이 확대됐는데 이런 부분이 중간소득구간에서 이전소득이 증가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했다.

소주성특위 “양극화 완화” 주장

올 2분기 소득 불평등 수준이 역대 최악이라는 통계가 발표된 이날 정부는 “양극화 현상이 완화되고 있다”는 자료를 냈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는 ‘2019년 2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 평가’란 자료를 통해 “올 2분기 가계소득이 3.8% 증가하는 등 상대적으로 높은 가계소득 증가세가 유지되고 있다”고 주장했다.이어 “최저임금 인상 등 정부의 시장소득 개선정책과 기초연금 인상 등 재분배 정책에 힘입어 부익부 빈익빈의 가계소득 양극화 현상이 뚜렷이 완화됐다”며 “소득주도성장 정책 기조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위원회의 위원장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설계한 홍장표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득분배는 노동시장이 유연하고 경기가 살아나면 나아지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가 재정 풀기 외에 규제 완화, 노동개혁 등에도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훈/성수영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