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윙 크기·페이스 각 조합해 4가지 거리만 익혀도 벙커 공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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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3국 투어 챔프 김영의 달콤한 골프벙커샷의 목적은 ‘탈출’입니다. 일단 무조건 빠져나오고 봐야죠. 거리를 넉넉하게 잡는 게 기본입니다. 그렇다고 깃대에서 20~30m씩 멀리 달아나게 치라는 건 아닙니다. 3퍼트 더블보기(파4의 경우) 이상이 나올 확률도 생기기 때문이죠. 초보자라도 같은 값이면 10m 이내에 붙이는 걸 목표로 잡아야 합니다. 잘하면 1퍼트 파 세이브, 못해도 2퍼트 보기로 막을 수 있으니까요. 기본 벙커샷으로 보낼 수 있는 최소한의 거리를 알고 있어야 하고, 나아가 이를 줄이고 늘리는 ‘거리 시스템’이 있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두렵고 짜증스러운 벙커샷이 어느 날 ‘나만의 필살기’가 될 수도 있답니다.
(26) 벙커샷의 급소 (下) 단순할 수록 좋은 거리 조절
벙커샷 달인으로 꼽히는 게리 플레이어(84·남아공)와 최경주(49)는 벙커를 피해 핀보다 먼 곳을 안전하게 공략하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핀을 보고 곧장 질러치는 걸 즐겼다고 합니다. 최경주는 “핀에서 20m 떨어진 그린에 공이 올라가는 것보다 핀 바로 옆 5m 벙커에 공이 들어간 상황을 더 좋아한다”고 말하곤 했다죠.변수 적을수록 탈출 확률 업(UP)!
동일한 클럽으로 거리를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은 대략 다섯 가지 정도입니다. 페이스 여는 각도, 백스윙 크기, 폴로스루 크기, 모래 퍼내는 양, 스윙 스피드 등이죠. 이 중 가장 쉬운 두 가지 변수만 가지고 조합을 만드는 걸 적극 추천하고 싶어요. 벙커샷 버디를 잡는 게 목표가 아니라면 말이죠. 단순할수록 좋습니다.
첫 번째는 클럽 페이스를 여는 각도 두 가지입니다. 예컨대 15도와 30도 또는 20도와 40도 이런 식으로요. 그러면 10~15m, 15~20m 두 종류 거리군이 만들어지겠죠. 그다음이 스윙 크기입니다. 하프 스윙과 풀스윙(4분의 3 스윙) 두 가지입니다. 이를 감안하면 총 네 가지 거리군을 만들 수 있고, 대략 30m 이내의 벙커샷은 모두 커버할 조합을 확보하게 됩니다. ‘싱글골퍼’가 목표라면 좀 복잡하긴 하지만 ‘폴로스루 크기’를 하나 더 추가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하프 폴로스루와 풀 폴로스루(피니시)입니다. 당연히 여덟 가지 거리 조합이 나오겠죠. 예컨대 5m 이내의 가장 짧은 벙커샷은 ‘클럽페이스를 최대한 열고, 하프 스윙으로, 하프 폴로스루로’ 치는 식입니다.주의해야 할 점은 하프 폴로스루라고 해서 감속을 해선 안 된다는 겁니다. 폴로스루가 작아도 클럽헤드는 가속이 붙은 상태로 공 밑을 확실히 빠져나가도록 해야 해요.
30~50m의 긴 벙커샷은 어떻게 할까요. 이 경우엔 클럽을 56도(샌드웨지 기준)가 아니라 52도, 48도, 피칭웨지, 9번 아이언 등으로 바꿔서 하는 게 좋습니다. 칩샷이나 어프로치샷으로 공을 직접 찍어쳐 거리를 내려고 하면 ‘사고’가 날 확률이 높으니 삼가는 게 좋습니다.
백스윙 크기를 미세하게 바꿔 감각적으로 다양하게 거리를 조절하는 분도 없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짧은 거리를 작은 백스윙으로 했을 때 벙커 탈출에 실패하는 사례를 많이 봤습니다. 모래가 물을 먹어 무겁거나 딱딱하게 벙커가 굳어 저항이 강한 경우가 흔히 있거든요. 5m 안팎의 짧은 벙커샷이라도 그래서 백스윙은 최소한 하프 이상으로 하는 게 좋다는 점 강조합니다.작은 물체를 많이 쳐보세요
좋은 벙커샷은 모래에도 흔적을 남깁니다. 거리 맞추기 성공 여부와는 별개로 좋은 벙커샷이었는지, 아니면 나쁜 벙커샷이었는지 말이죠. 디봇 모양이 호떡처럼 예쁜 동그라미가 나오면 합격입니다. 바운스(클럽헤드의 바닥 부분)로 모래를 쳐냈기 때문에 모래 알갱이가 잘 폭파됐다는 얘깁니다. 하지만 길고 조붓한 디봇이 생기면 좋은 벙커샷이 아니라고 봐야 합니다. 칼날 같은 리딩에지로 모래를 억지로 떠낸 흔적이거든요. 그래서 벙커샷이 잘 안될 때 디봇 모양을 한 번 확인하는 것도 좋습니다.
토핑 홈런이나 너무 두꺼운 뒤땅 벙커샷이 날까 두려워하는 골퍼가 많죠. 공에서 적당히(4~5㎝) 떨어진 지점을 잘 맞추지 못한다는 얘긴데, 정교한 벙커샷에 도움이 되는 연습 하나 알려드릴게요. ‘작은 알갱이 하나’를 집중적으로 쳐보는 겁니다. 쌀알이나 콩알, 혹은 모래 위의 작은 나뭇조각 등을 헤드로 정확히 때려보는 것인데, 연습 벙커가 없으면 실내 스크린골프장에서 해도 괜찮습니다. 콩알 대신 두꺼운 종이를 3~5㎜ 크기로 잘라서 해도 됩니다. 저는 이걸 콘크리트 바닥에서 하루 종일 한 적도 있답니다. 효과는 놀랍습니다. 임팩트 지점이 정말로 일정해지거든요. 진짜 공을 때릴 때 ‘샷 컨택’이 좋아지는 건 물론입니다.
김영 < 골프인스트럭터·방송해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