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속도 저하 책임 벗었다…"국내 사업자 역차별 우려"(종합)

방통위 과징금 처분에 승소…법원 "페북 고의성 없고 인터넷 속도는 통신사 책임"
접속 장애 책임 소재·망 사용료 등서 통신사 불리해질 듯
페이스북이 접속 속도를 일부러 떨어뜨렸다며 정부가 물린 과징금에 반발해 제기한 소송에서 완승했다. 이번 판결로 해외 IT 업체가 국내 통신사와의 각종 협상에서 유리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박양준 부장판사)는 22일 페이스북이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방통위는 페이스북이 2016년 말~2017년 서버 접속 경로를 임의로 바꿔 접속 속도를 떨어뜨렸다며 지난해 3월 과징금 3억9천600만원을 물렸지만, 페이스북 측은 '비용 절감 목적이며 이용자 피해 유발 의도가 없었다'며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법원은 1년 3개월여 동안의 심리 끝에 1심 선고에서 페이스북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페이스북이 일부러 속도를 떨어뜨렸다고 보지 않았고, 느린 속도로나마 이용이 가능했다는 점에서 방통위가 주장한 '이용의 제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특히 인터넷 서비스 속도 저하의 책임이 페이스북 같은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아닌 통신사 등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인터넷 응답속도 등 인터넷 접속 속도의 품질을 기본적으로 ISP가 관리·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라며 "현행법률상 CP는 네트워크 품질을 일정 수준 이상 보장해야 할 의무 또는 접속 경로를 변경하지 않거나 변경 시 미리 특정 ISP와 협의해야 할 의무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가 국제전용회선·해외 ISP와의 연동용량을 충분히 갖추고 있었더라면 페이스북의 접속 경로 변경으로 이용이 지연되거나 이용에 불편을 초래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CP 측은 이번 판결을 환영하는 입장이다. 페이스북과 네이버·카카오 등이 가입한 인터넷기업협회는 "인터넷망 품질 유지 의무와 이와 관련한 이용자 피해 책임이 통신사에 있음을 재확인한 판결"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망(網)을 운영하는 국내 통신사 측은 난감한 입장을 내비쳤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접속 우회에 따른 이용자 피해가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았다는 점을 놓고 상당한 논란이 있을 것"이라며 "추후 유사한 이용자 피해가 재발할 경우 이를 법적으로 규제하기 어렵다는 점도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또 서버를 해외에 둔 글로벌 CP가 품질에 상관없이 접속 경로를 사실상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이들이 국내 통신사와의 망 사용료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글로벌 CP는 해외 라우팅 등 어떤 식으로 접속 경로를 우회하더라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할 것"이라며 "국내 망 사업자의 협상력이 떨어지리란 점은 자명하다"고 진단했다.

유튜브·넷플릭스 등 해외 IT 업체는 국내 통신사에 막대한 망 부담을 주고 있음에도 사용료를 거의 내지 않아 불공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업체는 통신사 측에 해마다 수백억원대의 망 사용료를 주고 있다.

방통위는 재판 후 즉각 항소할 뜻을 밝혔다.

방통위는 입장문에서 "글로벌 CP의 불공정 행위와 이용자 이익 침해 행위를 놓고 국내 사업자와 동등하게 규제를 집행하는 등 국내외 사업자 간 역차별 해소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제도적인 미비점은 없었는지 점검하고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제도 개선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페이스북은 입장문에서 "서울행정법원의 결정을 환영한다"며 "한국 이용자 보호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