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 종료] 깨져버린 한일신뢰, 한미일 군사협력 어떻게 되나

국민 안보 불안감 커질 수도…한미일 정보공유약정에 따라 정보교류는 지속 가능
정부가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종료하기로 한 결정이 앞으로 한미일 군사협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지소미아는 한일 간 군사정보 교류 수단으로 의미도 크지만, 한미일 안보협력의 기반이 된다는 중요성 때문에 그 가치를 평가받아왔다.

한국이 일본과 맺은 유일한 군사 부문 협정인 지소미아의 유지를 미국이 강력히 희망해온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날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한 정부는 연장 여부 결정 시한인 24일 이전에 외교 경로를 통해 일본 정부에 통보할 것으로 보인다.지소미아를 통해 한국과 일본은 북한 핵과 미사일에 관한 정보를 교환해왔다.

이 협정은 상호주의를 원칙으로 하고 있어 서로가 동일한 수준의 정보를 주고받는다.

올해 들어 국방부는 북한이 지난 5월 9일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때부터 일본과 정보교환을 했다.지난 16일 신형 전술지대지미사일(북한판 에이테킴스) 2발을 쐈을 때까지 모두 7차례 정보를 교환했다.

한미는 자체 정보자산으로 수집한 정보와 일본이 제공한 정보 등을 토대로 이들 미사일의 속도와 비행궤적, 정점고도 등을 분석했다.

북한이 동해 북동방 방향으로 탄도미사일을 쏘면 지구의 곡률(曲率)로 인해 군의 탄도탄 조기경보레이더에 음영(사각)지역이 생긴다.정부가 관련 시민단체와 정치권 일각의 반대에도 일본과 지소미아를 체결하고 유지해 온 것은 고도화된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따른 국민들의 안보 불안감을 누그러뜨리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기술 수준을 정확하게 분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이날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 직후 일본 정부가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한일간 신뢰훼손으로 안보상의 문제가 발생했다는 이유를 들어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해 양국의 안보협력 환경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일본이 한국을 안보적으로 불신하는 상황에서 민감한 군사정보 교류를 목적으로 체결한 지소미아를 지속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지소미아를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2일 일본의 2차 경제보복 조치 이후 지소미아 연장 여부를 심각하게 검토하면서 지금까지 받은 정보의 양적·질적 측면도 세밀히 따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일본에서 받은 정보는 2016년 1회, 2017년 19회, 2018년 2회, 올해 7회 등 29차례였다.

양적으로 그다지 많은 수준은 아니다.

이번 종료 결정에 이런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일본과는 지소미아 체결 이전에도 미국을 매개로 정보를 교환해왔던 사례가 있었다는 것도 고려된 것으로 관측된다.

지소미아 이전에는 2014년 12월 발효된 한미일 정보공유약정에 따라 정보교류가 이뤄졌다.

그러나 2016년 11월 23일 체결한 지 2년 9개월여 만에 파기 결정을 내리면서 국민들의 안보 심리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예비역장성 모임인 '성우회'는 지난 13일 '입장문'을 통해 "한미동맹과 한일 안보협력은 더욱 강화해야 한다"면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을 제고할 수 있는 대책의 일환으로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빈센트 브룩스 전 연합사령관도 지난 2일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포럼에 참석, "(한일) 군 지도부가 소통을 계속하고 지소미아 같은 채널을 잃지 않으리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 싶다"면서 "공유하는 정보를 제한한다고 하더라도 채널 소통을 파괴하는 것은 지혜롭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이런 불안감을 의식한 듯 "지소미아가 종료됐다고 마치 한미일 3국간 안보협력이 와해하거나 일본과의 정보교류가 완전히 차단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군사 전문가들은 앞으로 한일 뿐 아니라 한미일 3국 연합의 군사협력이 제한적이고 낮은 수준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한미일 3국'이 함께 할 수 있는 군사훈련도 매우 제한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당장은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 보면 한미일 군사협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그동안에도 한국과 일본은 해상에서 인도주의적 수색·구조훈련(SAREX) 등 제한된 훈련을 해왔다.

미국을 매개로도 이런 종류의 연합훈련에만 동참했다.

미국 측은 SAREX 이외 3국이 함께하는 실전훈련을 한국 측에 요구해왔지만, 군은 난색을 표명하며 참여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은 앞으로 미일 동맹을 강조하면서 미측과 연합훈련 횟수와 강도를 높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군의 한 전문가는 "일본은 미국과 더욱 군사적으로 밀착하면서 한국을 우회적으로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군의 한 관계자는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한 만큼 미국 측에 그렇게 결정한 이유와 배경을 자세히 설명하는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