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종료하기로 결정한 것이 한일 관계 및 한미 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일본의 전문가들은 전망했다.다만 이들은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지역 안보에 즉시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는 평가하지 않았으며, 관계 악화를 막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방위성 출신인 야나기사와 교지(柳澤協二) 전 내각관방 부(副)장관보는 22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방위 협력의 상징적인 틀에까지 영향이 생긴 것"이라고 규정하고서 "이런 상태에 이르기까지 놓아둔 양국 정치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지소미아 종료가 당사국 및 지역 안보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당장 구멍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그는 "지소미아가 있더라도 대단한 내용은 주고받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며 지소미아 연장이나 유무와는 별개로 한국과 일본이 긴밀하게 협력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는 평가도 있다고 전했다.
야나기사와 전 부장관보는 "지금보다 더 감정적으로 대립하지 않도록 컨트롤을 잘해야 한다"고 양국 정부에 당부했다.
기미야 다다시(木宮正史) 도쿄대 대학원 총합문화연구과 교수는 "문재인 정권이 일본에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이 정도로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될 수는 있다"면서도 이 문제가 결국에는 한미 관계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연합뉴스에 의견을 밝혔다.그는 한국이 지소미아 중단 가능성을 거론하는 것은 미국이 더 의지를 가지고 한일 양국 사이에서 중재 역을 하게 하는 일종의 카드였다고 규정한 뒤, 한일 지소미아 중단 결정으로 한미 관계가 어색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기미야 교수는 "현재 한일 관계뿐만 아니라 남북관계, 한중관계도 그리 좋은 상황이 아닌데 한미 관계까지 좋지 않게 되면 매우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런 것을 각오하면서까지 일본에 지지 않겠다는 결의를 보여준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어떤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기미야 교수는 한국과 일본이 직접적인 동맹 관계는 아니므로 안보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도쿄대 명예교수는 지소미아가 결국 한미일 3국의 안보 협력과 관련된 협정이라고 규정하고서 "이를 지속하지 않는다는 것은 (최근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한국이 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상황이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로 시작된 것"이라면서 "한일 관계가 동북아 안전보장 속에서 의미를 가지지 못하는 경우 미국을 중심으로 한국과 일본이 연결된 현재의 구도는 종료하는 것이며 한일 관계를 백지상태에서 생각한다는 의미"라고 의견을 밝혔다.와다 명예교수는 "동북아의 안전 보장을 생각할 때 한국과 일본의 연계는 매우 중요하며 이를 백지로 생각하는 것은 매우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