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지소미아 파기 결정은 '자해적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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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의 신뢰에도 금 갈 것"
"일본의 강경파들은 쾌재를 부를 것"

전문가들이 미국과의 관계를 우려한 건 미국이 여러 차례 지소미아 파기를 반대하는 뜻을 내비쳐와서다. 이번 결정은 미국과의 신뢰에도 금이 갈 것이란 걱정의 목소리가 적잖다.신각수 전 주일대사(사진)는 “광복절 메시지와는 전혀 다른 방향이라 갈피를 잡을 수 없다”며 “‘한·일’도 문제지만 ‘한·미’가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최근의 흐름을 보면 동북아에서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점점 떨어지는 상황”이라며 “이번 선택은 미국의 방위선을 점점 더 한반도 밖으로 후퇴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 이제 더 이상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것이고 미국 역시 한·일 관계 개선을 중개할 동력을 잃었다”며 “일본의 강경파들은 쾌재를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지소미아를 파기함으로써 한국이 입게 될 타격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지소미아는 우리가 외교 지렛대로 쓸 수 있었지만 종료시킴으로써 그저 ‘화풀이’를 한 셈이 됐다”며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고, 미사일 도발 수위를 높여가면서 한·미·일 간 정보 교류가 중요해진 시점에서 그걸 약화시키는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지소미아를 체결한 이유는 안보 국익을 위해서였다”며 “무엇이 국익인지 판단을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 진창수 전 세종연구소장은 “미국은 이를 빌미로 더 노골적으로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을 해 올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일본의 대표적인 ‘한국통’인 기무라 간(木村幹)고베대 교수는 “이번 결정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광복절 축사에 담았던 대일(對日) 유화 메시지는 무의미해졌다”며 “일본이 미국에 한국을 비난할 수 있도록 자초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안전보장 문제는 역사인식이나 경제와 따로 다뤄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연결지은 건 큰 실책이라고 본다”며 “일본 정부 내의 강경파들은 한국 정부의 이번 결정을 대환영할 것”이라고도 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