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 종료] 연장관측 뒤집은 막전막후…"윤전기 세워야 할 것"(종합)

NSC 상임위 이어 文대통령 참석한 1시간 전체회의 끝에 종료 결정
정의용, 이총리에 사전 보고…강기정, 발표 전후 여야 지도부 찾아가 설명
靑 "오랫동안 면밀 검토…안보·경제·미래협력 등 영향까지 고려"
정부의 22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발표는 당초 '조건부 연장'에 무게를 실었던 관측들을 뒤집는 결정이었다. 이날 오후 지소미아 연장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열린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를 전후해 막전막후에서 분주한 움직임이 이어졌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오전 10시 45분께 이례적으로 이낙연 국무총리의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을 찾아가 이 총리에게 대면 보고를 했다.

이 자리에서는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한 논의가 오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3시 개최된 NSC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상임위원들은 지소미아 연장 여부를 최종적으로 논의한 끝에 '종료'를 결정했다.

이후 상임위원들은 청와대 여민1관에 있는 대통령 집무실 옆 소회의실로 장소를 옮겨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 결정 내용을 보고했다.

문 대통령은 보고를 받은 뒤 1시간가량 상임위원들과 토론을 거친 끝에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재가했다. 이 자리에는 이 총리도 참석했다.

대통령과 총리가 모두 참석한 만큼 사실상의 NSC 안보 관계 전체회의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청와대 대변인실은 오후 6시 3분이 되자 NSC 상임위 회의 결과를 6시 20분에 브리핑하겠다고 기자들에게 공지했다. 춘추관 브리핑실에 모인 취재진에게 유송화 춘추관장은 6시 9분 "윤전기는 세우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NSC 상임위가 당초 언론의 예측과 다른 결정을 내렸음을 암시하는 발언이었다.

10여분 뒤 이어진 브리핑에서 NSC 사무차장인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정부는 지소미아를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다만 청와대는 이번 결정이 신중한 기조 아래 면밀한 검토 끝에 이뤄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7월 말까지만 하더라도 정부 내에는 '지소미아 유지'에 대한 의견이 다수였지만 일본의 잇단 경제보복 조치가 나오자 지소미아의 효용성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게 됐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일본의 7월 1일 핵심소재 3종 수출규제, 8월 2일 백색국가 한국 배제 조치를 "한일 안보 협력 근간을 흔드는 행위", "우리 경제의 실질적 피해를 조장하는 행위"로 판단해 여러 대응 방안을 다방면으로 검토해왔다.

청와대 설명에 따르면 정부 부처뿐 아니라 청와대 안보실·비서실·정책실 차원에서 지소미아 종료를 포함한 여러 대응수단을 검토했고 이에 대한 국제법적(비엔나 협약) 하자 여부까지 검토했다.

NSC 실무조정회의에서도 보안을 유치한 채 부처 간 의견을 조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 내부적으로 국민 여론을 파악하기 위해 거의 매일 여론조사까지 실시했다"며 "외교안보 차원에서 한일·한미 관계, 한반도에서 어떤 영향이 있을지와 경제적, 한일 미래 협력, 한미일 3국 협력적 측면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지소미아 연장 여부와 관련한 실리적 측면도 함께 검토했다.

지소미아가 종료된다고 해서 한미일 3국 간 안보협력이 와해되거나 일본과 정보교류가 완전히 차단되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으며, 최근에는 정보교류 대상도 감소 추세였다는 설명이다.

청와대는 '한미일 3국 안보 공조 약화'에 대한 우려를 인식한 듯 미국과 긴밀한 논의 하에 이뤄진 결정이라는 점도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지소미아와 관련해 미국과 거의 실시간으로 소통했고, 우리의 외교적 노력에 대해 일본 측의 반응이 없다면 지소미아 종료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역설했다"며 "따라서 미국은 우리 정부의 이번 결정을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발표를 전후해 여야 지도부를 찾아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한 데 대해 이해를 구했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오후 국회를 방문,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와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잇달아 만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전달하고 배경을 설명했다.

강 수석은 나 원내대표와 면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소미아 관련해 설명했고, 오늘 NSC에서 재협상을 하지 않기로 한 상황에 대해 보고했다"면서 "미국과도 NSC 직전에 사전 공유를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강 수석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이슈를 덮기 위해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건 언론인들 마음대로 생각하시라"며 답변했다.

강 수석은 전날에도 국회 의원회관을 방문, 민주당 이해찬 대표를 비롯해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 등 정치권 주요 인사들을 만나 지소미아 관련한 의견을 청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