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한·미 동맹 이상없다"지만…美 "정보공유는 안보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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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삼각동맹 '와해' 우려청와대가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더 이상 연장하지 않기로 하면서 안보 공백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북한이 최근 한 달 사이 여섯 차례나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며 군사적 긴장을 높이는 가운데 한·일 군사 공조 약화로 대북 미사일 탐지 능력이 저하될지 모른다는 지적이다. 한·미·일 삼각 안보축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온 지소미아가 파기되면서 3국 군사적 동맹에도 균열이 생길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온다.
日, 정찰·위성 정보에서 '우위'
北미사일 탐지능력 저하 불가피
대북 정찰 능력 저하 불가피지소미아는 한·일 양국 간 2급(현저한 위협) 이하의 군사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양국은 그동안 지소미아를 통해 △인적정보(HUMINT·휴민트) △통신정보(COMINT·코민트) △영상정보(IMINT·이민트) △신호감청정보(SIGINT·시긴트) 등으로 확보한 대북 정보를 교환했다. 정부는 2016년 11월 지소미아 체결 이후 일본과 2016년 1회, 2017년 19회, 2018년 2회, 올해 7회 등 29차례 군사정보를 교환했다.
한국이 주로 휴민트에 강점이 있다면 일본은 정찰·위성정보 면에서 한국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본은 정보 수집 위성 6기, 지상 레이더 4기, 조기 경보기 17대 등 여러 정보자산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대북 정찰을 펼친다. 지난 2일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한 뒤에도 세 차례 이상 군사정보 교환이 이뤄진 것 역시 이런 이유에서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이 남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신형 미사일 개발을 마친 상황에서 지소미아 파기는 심각한 안보 우려를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전문가들 “정부 성급했다” 비판
지소미아의 군사적 자산가치는 우리 군도 인정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지난 21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나와 “지소미아는 양국 군사력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파기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지소미아 파기가 치밀한 군사적 고려 없이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정치적 견제 수단으로 활용됐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이석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청와대가 지소미아 파기를 발표한 직후 “국방부는 강력히 반대했지만 결국 외교부와 통일부의 논리가 받아들여졌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지소미아를 유지하되 제한적인 정보 교환만 하자는 대안에 외교부와 통일부가 반대했다”며 “국가안전보장회의(NSC)도 외교부와 통일부 논리에 따라가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윤덕민 한국외국어대 석좌교수는 “외교 지렛대였던 지소미아를 일본 경제보복 조치에 대한 화풀이로 그냥 버린 셈”이라고 말했다.
안보 사각지대 메울 수 있나지소미아 파기는 사실상 한·미·일 동맹의 해체와 다름없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삼각축 중 하나인 한·일 군사정보 교환이 사라지면서 한반도 안보의 사각지대가 생길지 모른다는 지적이다. 미국이 직간접적으로 한국 정부에 지소미아 유지 필요성에 대해 지속적인 압박을 가한 이유다. 이달 초 미 국무부 당국자는 “한·미·일은 서로 의존하고 있다”며 “이 관계가 무너지면 미국의 안보 이해관계도 위태로워진다”고 했다.
청와대는 이런 관측을 일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소미아가 종료됐다고 해서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이 와해되거나 일본과의 정보 교류가 완전히 차단되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국방부는 이날 밤 발표한 입장문에서 “지소미아 종료와 관계없이 강력한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안정적이고 완벽한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이스트번 미 국방부 대변인은 한국 정부 발표 이후 로이터통신에 “한·일 양국이 이견 해소를 위해 협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한국, 일본이 연대와 우의로 협력할 때 모두 더 강하고 동북아시아는 더 안전해진다”며 “정보 공유는 공동의 안보 정책과 전략을 발전시키는 데 있어 핵심”이라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지소미아
한·일 양국 간 군사 기밀을 서로 공유할 수 있도록 맺은 협정. ‘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의 앞글자를 따 지소미아(GSOMIA)라고 부른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11월 체결됐다. 교환할 기밀의 등급과 제공 방법, 보호 원칙, 정보 열람권자의 범위, 파기 방법 등이 규정돼 있다. 체결 전에는 미국도 일본으로부터 얻은 군사 기밀을 한국과 공유할 수 없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