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놀이공원, '나치 문양 닮았다' 지적에 놀이기구 폐쇄

독일의 한 놀이공원이 나치 문양을 닮은 놀이기구를 새롭게 선보였다가 비난이 빗발치자 폐쇄했다고 영국 언론 인디펜던트 등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독일 남서부 바덴-뷔르템베르크주의 뢰핑겐 인근에 있는 타츠마니아 놀이공원은 최근 야심 차게 도입한 놀이기구가 나치 문양인 스와스티카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에 이 장치의 운영을 중단했다.
'독수리의 비행'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놀이기구는 거대한 중앙축을 중심으로 양쪽의 철제 구조물에 독수리 모양의 좌석 4개씩이 부착된 구조로 돼 있다.

작동하면 이 좌석들이 공중으로 23m까지 올라간 뒤 빙글빙글 회전해 탑승객들은 하늘을 나는 듯한 스릴을 만끽할 수 있다.

그러나, 놀이공원 측은 지난달 하순에 처음 선보인 이 놀이기구를 둘러싸고 이달 초부터 온라인에서 거센 역풍이 일자 운영 중단을 결정했다.소셜미디어에는 나치 문양을 닮은 이 놀이기구 사진과 영상이 게재됐고, 분노와 조롱이 이어졌다고 한다.

한 네티즌은 자신의 레디트 계정에 "괴벨스는 이 놀이기구에 찬성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아돌프 히틀러의 최측근이었던 요제프 괴벨스는 나치 정권의 선전장관을 맡아 특유의 선동기술로 독일 국민을 나치 체제에 동원하고 정권을 지탱하는 데 큰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이 놀이공원의 운영책임자는 "소셜미디어에 오른 사진을 보기 전까지는 이 기구가 나치 문양을 닮았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며 "이 놀이기구의 생김새로 불편함을 느낀 사람들에게 사과한다"고 밝혔다.

타츠마니아 공원 측은 놀이기구의 디자인을 바꾼 뒤 운영을 재개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놀이공원 측의 이번 놀이기구 폐쇄 결정은 독일에 중동과 아프리카 출신 난민 유입이 늘고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이민자와 외국인, 유대인에 대한 반감이 커지는 미묘한 시점에 나온 것이라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지적했다.독일 연방정부가 지난 5월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과 유대인을 겨냥한 증오 범죄는 전년보다 약 20%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범죄는 물리적인 공격과 언어폭력, 온라인상의 증오 발언, 나치 문양 사용, 인종차별적 낙서 등을 모두 포괄하는 것이다.

한편, 독일에서는 연구나 교육, 예술 활동 이외의 목적으로 나치 문양을 사용하는 것이 엄격히 금지돼 있다.이를 어기는 사람에게는 최대 3년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다.

/연합뉴스